한때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경제관련 연설만 하면 뉴욕 월가는 잔뜩 긴장했다. 그 내용과는 관계없이 증시가 폭락했기 때문이다. 그 예는 많다. 부시 대통령은 월드컴의 분식회계 소식으로 뉴욕증시가 급락하자 지난 7월9일 회계부정과의 전쟁을 선언하고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의회와 월가는 '알맹이 없는 해법'이라 평가절하했고,나스닥지수는 즉시 급락해 심리적 지지선인 1,400선이 붕괴됐다. 1주일 후인 15일 그는 앨라배마대 연설에서 "미국경제의 기초여건은 여전히 튼튼하다"며 낙관론을 폈다. 하지만 강연 직전인 오전 11시 다우지수는 이미 2% 이상 떨어졌고,20분간의 강연이 끝나자 5% 가까이 급락했다. 부시 대통령의 연설과 주가하락 간 악순환은 보름후인 30일 상·하원이 합의 제출한 기업개혁법안에 그가 서명한 이후에야 끝이 났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경제에 무지해 그런 것은 분명 아니다. MBA 출신이며 기업경영 경험도 있는 그는 어찌 보면 역대 미국 대통령 중 가장 경제감각이 뛰어난 인물일 것이다. 경기회복이 지연되는데 대한 비관론도 주가하락에 일조를 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개혁의 칼자루를 쥔 대통령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그만큼 컸던 결과였다. 분식회계를 했던 회사의 주식을 서둘러 처리,내부자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확산되면서 부시 대통령의 기업개혁은 한계가 있다는 관측이 팽배했던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미 조그비 인터내셔널의 분석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의 업무수행 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미국인들은 지난 5월의 70%에서 그 당시 62%로 급락했다. 부시주가는 지도자의 첫번째 덕목이 도덕성이란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도덕성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라도 국민들의 불신 속에 그 힘을 잃게 된다. 뉴욕시가 지난주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에게 보유 중인 주식 및 헤지펀드 투자분을 모두 매각하라고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 위원회는 블룸버그 시장이 뉴욕시 발행채권 인수자를 선정하는데 관여할 수 없으며 케이블TV 사업자 결정에 참여해서도 안된다고 못박았다. 블룸버그 시장이 업무수행을 통해 사적 이익을 충족시키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내려진 결정이었다. 블룸버그 시장이 이를 대부분 수용한다고 결정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두달여 동안 총리부재 상태에서 국정이 운영되는 우리의 현실에서는 부시주가와 뉴욕시의 이같은 조치가 많은 점을 시사해준다. 두 총리 지명자가 부동산투기, 자녀들의 8학군 위장전입 등 기득권층이 누려온 잘못된 사회상을 그대로 답습해 왔다는 의혹 때문에 '서리'꼬리를 떼지 못했다는 점에서 뒷맛이 개운치 않다. 그들의 낙마는 여야간 단순한 정치적 힘겨루기의 산물이 아니라 국민들이 그들의 사죄에 등을 돌린 결과라고 보는 게 옳다. 우리 사회는 분명 부패불감증에 만연돼 있다. 특히 지도층은 교도소 담벽을 걷는 것 같다. 부패방지위원회도 신설했지만 독일에 본부를 둔 국제투명성기구(IT)는 우리 공직자들의 청렴도에 여전히 낙제점을 주고 있다. 공직자를 겨냥한 도덕성의 잣대가 보다 엄격해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이런 현실의 반영이다. 지미 카터, 빌 클린턴 등 역대 미국 대통령들처럼 퇴임후 돈이 없어 자서전을 쓰고 강연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지도자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뉴욕시와 같이 시장을 견제하는 소신있는 서울시 의원들도 필요한 때다. 총리가 없어 행정이 마비되고,나라가 서지 않는 것은 아니다. 도덕적 지도자가 없다면 차라리 총리 없는 나라가 나을 듯 싶다. 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