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일 < 소설가 juhuy91@hanmail.net > 꽃가게를 하는 친구가 있는데 철에 따라서 후리지아나 국화 한 단씩을 신문지에 도르르 말아 나한테 주곤 한다. 꽃을 집에 가져와 병에 꽂으면 꽃향기에 취하면서 행복해진다. 누군가에게서 장미 한 송이 받을 때도 기분이 좋다. 그 한 송이가 시들세라 애지중지하다 나중엔 소녀처럼 책갈피에 꽃잎을 끼워 넣을 때도 있다. 화분을 선물 받으면 좀 걱정스럽다. 화분을 선물한 사람이나 화초한테 미안하게도 심사가 각박해지면 식물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못된 습성이 나한테 있다. 당연히 내 손에서 1년을 넘기는 화초가 드물기 때문에 누가 화분을 들고 집엘 찾아오면 내심 차라리 맥주나 몇 병 사올 것이지 싶어진다. 큼지막한 꽃바구니를 받으면 예쁜 만큼 아깝다. 며칠이면 추레해지기 시작할 꽃들의 말로가 보이면서 그 뒷감당을 해야 할 게 심란해진다. 쓰레기 봉지들이 쌓인 데서 규격봉지에도 들어가지 못한 채 버려져 나뒹구는 쓰레기는 자주,말라비틀어진 꽃바구니이기 쉽다. 쓰레기 중에서도 천한 쓰레기가 되어 내버려진 그 물건에 꽃을 주는 마음이나 받는 마음이 스민 적이 있을까하고 씁쓸해 했던 기분까지 떠오르는 것이다. 그래서 장미가 백송이쯤 묶인 꽃다발을 받으면,무지하게 화난다. 한 송이 한 송이를 잘게 자른 망사로 꽃받침처럼 받치고,밑 부분을 은박지로 싸서 투명비닐과 부직포로 포장을 하고,다시 보자기만한 망사로 전체를 감싼 다음 넓고 큰 레이스로 마무리를 한 뒤 금빛 나는 가루를 뿌리기까지 한 세심함이라니! 그 화려함에 탄성이나 고맙다는 인사가 도저히 안나온다. 이게 얼마 짜리냐고 묻고 싶어지고 그렇게 속이 없으니 세상 살기 참 편하겠다고 비난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린다. 꽃병에 꽂기 위해 꽃다발을 일일이 분해하는데 그러다 보면 그걸 그렇게 산 사람,그렇게 판 사람 모두에게 화가 난다. 분해한 그 물건들을 종류별로 분류해 묶어서 꽃장수 친구한테 재활용하라고 꼬박꼬박 가져다주면서 화풀이를 하곤 했다. 꽃은 그 자체로 넘치게 아름다운데 왜 포장이 그리도 요란하고 견고하며,포장지를 썩는 재질로 만들지 않는 거냐고 성토도 했다. 그러느라 그것들이 재활용이 어려운 물건들이라는 것을,친구가 묵묵히 그것을 받아놓고선 나중에 가만히 치운다는 걸 아주 한참이나 몰랐다. 친구한테 내 쓰레기를 가져다 안기면서도 혼자 잘난 척을 다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