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 대통령이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회계부정을 저지른 기업인들을 비난한데 이어 강력한 회계조작 방지대책을 발표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대책을 챙기는 것만 봐도 분식회계 파장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다. 오랫동안 글로벌 스탠더드로 여겨왔던 미 회계시스템에 대한 총체적인 불신의 충격이 미국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란 점을 감안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당장 기업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가 미 증시로부터 자금이탈을 촉발하자,이로 인해 주가와 달러가치가 급락하고 이같은 미국발 금융불안이 회복 기미를 보이던 세계경제까지 위협하는 등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번 대책의 핵심내용은 분식회계에 관련된 기업경영진에 대한 형량을 최고 2배로 늘리고 기업범죄 특별대책반을 창설한다는 것이다. 대형 분식회계 사건이 잇따라 터져 나오자 심리적 공황상태를 진정시키기 위한 충격요법인 셈이다. 미 증권거래위(SEC)도 다음달부터 경영진이 회계보고서에 확인서명을 하도록 했고,미 조세국(IRS)은 몇몇 회계법인에 대해 강제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폴 볼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전 의장도 지적했듯이 땅에 떨어진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처벌 못지않게 제도적인 개혁 또한 시급하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고 본다. 이점에서 전체 표결이 임박한 미 상원의 회계개혁법안이 주목된다. 발의자인 상원 금융위원장의 이름을 따 '사베인스 법안'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전례 없이 강한 개혁의지를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중에서도 대공황 이후 70여년 동안 회계업계의 자율규제에 맡겼던 회계사 징계,회계법인 감독,회계제도 개정 등을 전담하는 회계감독위원회를 설치하는 대목이 특히 그렇다. 회계감사를 수행할 회계법인을 이사회내 회계위원회가 선정한다든지,앞으로는 회계법인들이 같은 기업으로부터 회계감사와 경영컨설팅 용역을 함께 받지 못하게 한 것 등도 관심거리다. 다행히 우리는 외환위기와 대우그룹 부도사태를 계기로 과거의 불투명한 회계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혁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를 도입해도 회계관행이 이를 따라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점에서 볼때 우리 회계시스템은 아직도 개선할 여지가 많은 게 사실이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과 금융감독당국은 미 회계부정 사태를 남의 일로만 여기지 말고 이를 계기로 투명경영 실천이 국제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명심하고 한층 더 노력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