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그릴라(Shangrila)'는 히말라야의 산중에 있다는 라마불교의 사원으로 이상향을 상징하는 말로 통용된다. 영국의 소설가 제임스 힐튼이 1933년에 쓴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에 나오는 샹그릴라는 상상 속의 땅인데도 실제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이 곳을 찾아 헤매고 있다. 중국에서는 운남성의 장족 자치주가 샹그릴라라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비록 소설 속 얘기지만 샹그릴라에서는 누구든 걱정없이 젊게 살 수 있으나,이 곳을 벗어나면 속세의 나이로 되돌아 간다는 내용들이 서양인들에게는 매우 흥미를 끄는 모양이다. 일반적으로 절이 갖는 이미지는 탈속(脫俗)이다. 일상의 번뇌를 떨치고 마음이 쉬고 싶을 때 곧잘 "절에나 다녀 오겠다"고 말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일 게다. 특히 서양인들에게 절은 단순한 호기심 차원을 떠나 신비롭기까지 하다. 물질문명의 한계를 느낀 서양인들은 동양사상에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를 불교와 연관지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샹그릴라에 대한 동경도 문명사회를 떠나 일상에서 해방되고자 하는 그들의 잠재의식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의 단적인 예가 지난 월드컵 기간중 33개의 전국 유명사찰에서 시행한 '템플 스테이(Temple Stay)'이다. 9백여명의 외국인이 사찰을 찾았는데 그 호응이 기대 이상이었다고 한다. 직접 참선과 다도(茶道)를 하고 예불을 참관하면서 마음의 평정을 얻고,전통 등을 만들고 탑돌이를 하고 탁본을 뜨면서 시름을 잊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의 매스컴은 템플 스테이를 자세히 보도하면서 우리의 전통 불교문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템플 스테이가 의외의 반응을 얻자,각 지역의 많은 유서깊은 사찰들이 다투어 나서고 있다. 정부도 템플 스테이를 상설키로 하고 불교계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협의중이다. 외국인들이 한국 산사에 머물면서 백팔번뇌를 잊고 샹그릴라에 왔다는 착각에 빠질수만 있다면 더없는 관광자원이 될 것이라는 상상을 해본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