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큐(阿Q)처럼 비굴하게 둘러대지 마라.'


중국 유명 방송인인 바이옌쑹(白巖松)이 중국의 월드컵 16강 탈락이 확정된 다음날 던진 말이다.


그는 "브라질전에서 0-4 스코어는 치욕적인 패배"라며 "핑계댈 궁리는 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비록 졌지만 그래도 잘 싸웠다'는 일부 중국언론의 자기합리화식 평가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아큐'는 루쉰(魯迅)의 소설 '아큐정전(阿Q正傳)'에 나오는 주인공.이 소설에서 그는 자기 잘못에 대해 남 핑계를 대고,실수와 무지에 대해 끊임없이 자기합리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큐는 그러면서도 권력에 대해서는 한없이 비굴하다.


바이옌쑹이 아큐를 들고 나온 것은 중국 여론이 마치 아큐와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날 중국 조간 신문들은 "중국팀이 두 세차례 결정적인 골 찬스를 만들었다"며 "코스타리카와의 1차전 경기에 비하면 월등히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일부 언론은 "세계 최강팀과 이 정도 싸웠으면 괜찮은 실력"이라며 "마지막 남은 터키전에서의 승리도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팀은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지켰다'는 자위도 있었다.


바이옌쑹은 이를 반박했다.


그는 "0-4란 치욕적인 패배를 두고 할 만큼 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큐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축구협회 등 축구관련 지도부를 정면 공격했다.


"중국 축구협회 지도자들은 축구를 정치적 업적의 수단으로 여긴다.


그들에게 축구는 부속품일 뿐이다.


그들에게 어찌 중국 축구의 장기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축구 그 자체를 위해 일할 사람을 앉혀야 한다."


바이옌쑹이 아큐를 거론한 것은 결국 축구협회 자리를 장식품처럼 여기고 있는 지도부를 겨냥한 것이다.


문제의 핵심을 찔렀다.


중국에서는 브라질전 0-4 패배를 계기로 축구를 '확'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일고 있다.


바이옌쑹의 아큐 발언도 그 연장선이다.


"브라질전 대패는 중국 축구에 쓴 약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