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서 가장 큰 몸집을 갖고 지난 1일 태어난 일본 미즈호은행 임직원들은 10일 길고도 바쁜 하루를 보냈다.


카드대금 결제와 공공요금 자동이체 등 산더미 같은 업무의 상당수를 직원들이 총동원돼 수작업으로 처리했다.


다이이치간교,후지,니혼고교의 3개 은행이 '미즈호'라는 하나의 간판을 달고 영업에 들어간 첫날부터 터진 전산장애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백50여만건의 자동이체 지연과 3만건 이상의 중복결제로 이미 고객들에게 큰 불편을 안긴 상태에서 은행측이 택할 길은 더 이상 없었다.


1백50만건 이상의 카드대금 결제와 기업들의 급여이체가 한꺼번에 몰린 이날 전산시스템이 정상화되기만을 기다리기에는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위험이 너무 커서다.


총자산 1백45조엔으로 세계최대의 '슈퍼 뱅크'라고 자부했던 은행측으로서는 대망신이었다.


일본 언론은 전산장애의 이유를 3개 통합은행간의 불협화음에서 찾는다.은행마다 자신들의 전산시스템을 고집한 바람에 통합 작업이 늦어져 예기치 못한 트러블이 발생했다는 것이다.3개 은행은 고유 시스템 포기를 거부,결국 전산부문만은 통합시기를 내년 4월로 늦춘 상태다.


미즈호은행측은 또 충분한 모의훈련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통합을 마친 다른 은행 관계자는 "시스템 통합 테스트는 평소의 5배까지 부하를 걸어야 하는데 미즈호는 2배 정도에 그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증언하고 있다.


미즈호은행의 마에다 아키노 부 사장은 9일 국회에서 "고객들로부터 불만을 사긴 했지만 실제 손해를 입힌 것은 없다"고 답변,정신을 못차리고 있다는 회초리를 맞기도 했다.


불량채권 처리를 미적거리다 일본 경제의 시한폭탄화한 상태에서도 일본 은행들은 '쓸데없는 걱정'이라며 외부 시선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준비를 소홀히 하고도 고객에게 피해를 입힌 것은 없다고 강변하는 미즈호의 인식은 일본 은행들의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미즈호은행 지점마다 걸린 사과문엔 '이중 자금이체로 수수료 피해를 입은 고객은 증빙서를 제출해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