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경제는 온통 축제분위기에 젖어있는 것같다. 불과 몇개월전만 해도 500선에서 헤매던 종합주가지수가 8부능선을 넘어 1,000고지를 바라보고 있다. 불황을 걱정했던 기업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 경기를 낙관한다.정부 기업 가계 가릴 것 없이 모두 활황 기대감에 들떠 있다. 지표경기가 봄기운의 완연함을 넘어 초여름을 느끼게 해서인지 요즘 많은 이들은 '경기지표는 평균치에 불과한 산수 놀음'이란 기본적 사실조차 잊어버리는 것같다.개별기업이나 개인의 실상에 대해선 아무런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데도 '경기가 좋아졌으니 모든 것이 좋아지겠지'라는 막연한 믿음이 번지고 있다. 청년실업 문제는 경기가 좋아져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는 대표적 사회문제다. 그런데도 이미 우리들 마음 속에선 잊혀진 숙제가 돼버렸다.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일자리를 잡지 못해 애태우는 예비취업생들,그들을 자식으로 둔 부모들만 애간장을 태울 뿐이다. 하이닉스반도체 대우자동차 현대투신 등에 대한 관심도 쑥 들어갔다. 구조조정 성패가 전체시장에 민감한 영향을 줄 때에는 온갖 참견을 아끼지 않던 사람들이 경기가 좋아졌다고 해서 '개별기업이 시장에 영향을 주겠느냐'는 냉담한 태도다. 하이닉스반도체에서 일하는 근로자들,대우자동차와 거래하는 중소업체들,현대투신에 돈을 맡겨둔 고객들은 하루라도 빨리 장래가 결정돼야 하는데 좋아진 경기 덕분(?)에 더 냉대받고 있다. 경기와 비례해 목소리가 높아지는 집주인들의 성화에 세입자들은 큰 고통을 받고 있다.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전세값을 감당 못해 월세로 바꾸거나 집을 줄이는 사람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고교배정 컴퓨터오류 사고로 경기도교육청에서 농성을 벌였던 학부모들,자식을 좀더 좋은 학교로 보내기 위해 서울시교육청 정문앞 길바닥에서 밤샘했던 학부모들도 '봄이 봄같지 않음'(春來不似春)을 경험한 사람들이다. 산에 신록이 돌아왔다고 모든 나무들이 푸르러지는 것은 아니다. 경기가 좋아질수록 오히려 소외받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경제정책 당국자들은 잊어선 안된다. 현승윤 경제부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