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ㆍ발전ㆍ가스노조가 공기업 민영화를 반대해 총파업을 치렀다. 민영화가 해당부문 근로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것이 이유다. 또 이윤만 추구하는 민간기업은 공익성 창달을 외면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었다. 이 가운데 철도·가스노조는 파업을 철회했지만,발전노조의 파업은 길어지고 있다. 민영화계획을 백지화하라는 노조측의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기업을 민영화하면 새로운 경영자는 당연히 새로 인수한 기업의 경영상태를 점검할 것이다. 특히 과다한 고용이 발견되면 이것을 줄이려 할 것이다. 근로자들은 당연히 이 점을 우려할 것이고,급기야 민영화 반대 파업까지 이른 것이다. 새 민간경영자는 대량해고를 감행하고,남은 근로자들의 노동강도를 높여 더 많은 이윤을 도모하리라는 것이 노조측의 주장이다. 노조에 민영화란 자본가가 더 많은 이윤을 벌기 위해 해직근로자의 일자리를 뺏고,남은 근로자의 노동강도를 높이는 조치일 뿐이다. 그러나 새 경영자는 왜 유독 민영화기업의 노동강도만을 더 올리려 하는가. 해답은 자명하다. 공공부문의 현 노동강도는 민간부문의 그것보다 분명히 더 낮기 때문이다. 민간부문의 노동강도는 시장경쟁의 결과다. 임원이건 근로자건 '대강 일하는 민간기업'은 결국 시장에 의해 도태된다. 그동안 공공부문의 노동강도만 낮게 유지되어 온 것은 독점공기업이 시장경쟁으로부터 유리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결코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에 민영화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그러나 발전자회사의 경우에는 이러한 감원도 예견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발전설비를 급속히 확충해야 하는 실정이므로 오히려 더 고용해야 한다. 하물며 경험 많은 숙련공을 해고할 사업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공기업의 경영자는 민간기업의 경영자와 비교할 때 매우 다른 행동유인을 가진다. 가령 공기업체제가 추구하는 공익성을 존중하다보면 이윤을 겨냥한 효율성에 소홀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노사관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민간기업의 경영자는 이윤을 보호하기 위해 노조에 강력하게 맞서지만,공기업의 경영자에게는 그렇게 행동할 유인이 취약하다. 우선 공기업의 주인으로서 정부는 노동법을 준수하고 노조의 적법한 권리를 존중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이 점에서 정부는 노조에 '양질의' 경영자다. 노사교섭과정에서도 공기업 노조는 교섭상 유리한 지위를 누린다. 공기업 경영자는 파업을 무릅쓰면서까지 이윤을 높이려 할 유인이 약하다. 공기업 경영자들은,소신이 강한 예외적 경영자도 많지만,노조의 파업 위협에 약한 것이 일반적이다. 노조는 이러한 여건을 최대한 활용해 낮은 노동강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민영화는 노조에 양질의 경영자와 유리한 교섭지위를 모두 잃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민영화는 노조에 여러 모로 불리하다. 그러나 노조의 이익을 해친다는 이유만으로 민영화를 반대하면 명분이 약하다. 그러므로 보통 민영화는 공기업의 공익기능을 크게 훼손시킨다는 주장이 반드시 추가된다. 가령 낙도나 벽지 주민에 대한 전력공급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이윤을 노리는 민간기업은 공급을 외면할 것이고,오직 공기업만이 그 부담을 감수한다는 식이다. 그러나 공익기능은 민간 기업들의 경쟁체제 속에서도 얼마든지 창달된다. 세계 각국은 최종 전력요금에서 일정비율을 추가 징수해 공익기능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재원으로 삼아 공익기능을 그대로 수행하는 민영화가 가능함을 이미 보였다. 발전부문 민영화문제는 몇번의 공청회를 거쳐 재작년 가을에 국회가 여야 만장일치로 관련법을 의결해 놓은 상태다. 공론화과정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비난은 여러 모로 부당하다. 정부는 민영화로 예상되는 해고 근로자들에 대한 보상과 사후 대책문제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노조는 민영화 반대만 주장할 것이 아니고 민영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근로자들의 피해를 충분히 보상하도록 압박하는 것이 옳은 태도다. 민영화 자체를 반대하는 노조의 파업은 근로자의 권리보호를 위한 정당한 파업의 수준을 넘어선 정치적 파업이다. shoonlee@plaza.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