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은행의 신탁부문을 분리·독립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라고 한다. 국내 자산운용업계의 전문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은행의 불특정금전신탁을 자회사로 분리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원금보장형 신탁상품의 판매중지와 채권시가평가제 시행 등으로 인해 은행신탁 규모가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지만, 작년말 현재 신탁잔고가 1백5조원이 넘는데다 그중에서도 불특정금전신탁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은행신탁이 분리될 경우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저금리 기조로 고수익 자산운용이 어려운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투신사의 수익증권과 은행의 불특정금전신탁은 투자손익이 투자자에게 귀속되는 실적배당상품이란 점에서 기본적으로 성격이 비슷하다. 하지만 은행신탁은 은행이 판매와 운용을 함께 하고 있고 만기가 대부분 1년 이상이며 운용자산이 유가증권 대출 부동산 등으로 다양한데 비해,투신은 운용과 판매가 분리돼 있으며 만기가 주로 1년 미만이고 자산운용대상에서 대출이 제외되는 등 규제수준이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재경부가 올해안에 증권투자신탁업법 증권투자회사법 신탁업법 등 관련법규들을 '집합증권투자법'(가칭)으로 일원화하려고 서두르는 것도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불특정금전신탁을 반드시 은행에서 분리시켜야만 하느냐는 점에 대해선 의문이 없지 않다. 신탁부문을 은행에서 분리할 경우 자산운용의 전문성이 강화되고 은행계정의 위험부담을 덜어주는 장점 못지않게,급격한 고객이탈로 인한 자금시장 혼란과 기업자금난 심화,그리고 집합투자증권회사의 난립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올해안에 관련법규를 '집합증권투자법'으로 통합하되,은행신탁의 분리는 일률적으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개별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정책당국은 은행신탁의 분리를 서두르기에 앞서 개별은행과 자금시장에 미칠지 모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책부터 강구해야 마땅하다. 은행들도 신탁겸영이 허용되는 과도기간중 고유계정과 신탁계정간의 방화벽 설치를 강화하는 한편,집합증권투자회사와의 본격적인 경쟁에 대비해 자산운용효율을 높이는데 필요한 전문인력 확보와 내부통제제도 정비,그리고 자산종류별 합동운용펀드 설정과 재산신탁 활성화 등 틈새시장 개척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