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뭐니뭐니해도 노사관계의 불안요인이 우리 경제의 핵심변수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새해 벽두부터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최근 강봉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과 전윤철 기획예산처장관 등이 공개강연에서 공기업 구조조정의 최대 걸림돌로 노조를 지목한데 이어 KDI가 16일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 역시 4대 개혁의 성과가 미흡한 것은 ''관료 및 노조의 반발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전철환 한은총재도 한 세미나에서 올해 우리경제의 최대 복병 중 하나는 노사관계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것으로 보아 이같은 지적들은 단순히 노조의 예봉을 미리 꺾기 위한 ''엄포용''이 아니라 상당한 근거를 갖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분명히 올해는 IMF 외환위기 이후 그런대로 유지돼온 노사관계 안정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변수가 즐비한 것이 사실이다. 연중 내내 선거와 스포츠 행사 등으로 사회분위기는 이완될 것이 뻔하고 이에 편승해 이익단체들의 내몫 챙기기가 극성을 부리면서 노동운동도 가열될 공산이 크다. 지난해 노사관계를 괴롭혔던 근로시간 단축,비정규직 보호대책,공무원노조 허용문제 등 3대 현안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채 고스란히 올해로 넘어오고 말았다. 여기에다 올해는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정갈등이 불가피하고 경제가 회복국면에 접어들면 노동계의 분배욕구 역시 커질 것으로 보여 골치아픈 현안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을 맞아 노동정책의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정부로선 매우 난감한 표정이지만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선 원칙에 입각한 일관성 있는 대응을 주문하고 싶다. 대화와 타협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 노사관계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집단이기주의식 요구에 언제까지나 끌려다녀선 곤란하다. 특히 올해는 공기업의 구조조정을 비롯한 경제개혁을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임에 비추어 원칙없는 타협이나 양보에 의한 ''달래기 방식''은 더이상 효율적인 정책일 수 없다. 노동계는 이번 동투(冬鬪)가 끝나면 막바로 정치화 투쟁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해 놓은 상태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집단이기주의가 경제회복의 엔진을 멈추게 해선 안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이미 형성돼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새로운 시대에 노조가 해야 할 일이 고작 개혁의 발목을 잡는 것일 수는 없다. 올해 우리의 국가적 과제인 경제회복과 개혁의 마무리에 노조도 책임의식을 갖고 동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