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처는 올해부터 각종 기금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5백억원 이상의 대규모 신규 개발사업에 대해서는 예비 타당성조사를 실시하는 등 기금운용의 계획단계에서부터 정부예산에 준하는 엄격한 심사절차를 거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지난해 말 국회에서 기금관리기본법이 개정돼 모든 기금의 운용계획은 정부예산과 똑같은 절차를 밟아 편성하고 집행하도록 바뀜에 따라 취해진 후속조치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러나 방만하기 짝이 없었던 각종 기금의 씀씀이를 다스리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란 점에서 기대가 크다. 다만 기금운용의 순기능이라 할 수 있는 경제여건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신축적인 대응인 만큼 너무 경직적인 운용으로 그같은 본래의 취지를 손상시키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야 한다. 우리는 이번에 정부가 기금운용 통제를 강화한 조치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이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누차 지적한바 있지만 좀더 과감한 통폐합과 기금규모의 축소가 뒤따라야 마땅하다. 올해 새마을금고안전기금 등 4개 기금이 폐지되고 유사한 목적을 가진 6개 기금이 3개로 통합되는 등 7개가 줄어들기는 하지만 전체 기금운용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소규모 기금들이어서 그 효과는 크지 않다고 본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기금운용규모는 2백31조원에 이른다. 정부예산 1백5조원의 2배를 훨씬 넘는 규모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기형적인 재정구조가 아닐 수 없다. 또 기금운용은 재정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많다. 각 부처가 별도의 돈주머니를 차고 운용하다 보니 유사한 사업에 중복 지원되는 것도 있고,또 국가차원에서 우선순위가 뒤지는 사업에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경우도 허다하다.국민들의 세금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니란 얘기다. 어디 그 뿐인가. 기금의 주요재원은 각종 부담금으로 조달하는 것이 태반이다. 세금도 내면서 새로운 사업을 벌일 때마다 이런 저런 부담금을 감당해야 하는 국내기업들로서는 외국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이것 역시 제품가격 인상은 물론 경제성장동력의 약화로 결국 국민부담으로 되돌아 온다. 언제까지 이같은 비능률을 방치할 것인가. 개정된 기금관리기본법은 오는 3월1일부터 발효된다. 정부는 이를 계기로 모든 기금에 대한 전면적인 타당성 검토를 거쳐 과감한 정비계획을 세워주기 바란다. 꼭 필요한 사업이라면 편법적인 기금보다 국가예산으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