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hyun@hankyung.com 신년 벽두부터 지역축제 이야기를 꺼내면 다소 성급하게 들릴지 모르겠다. 그러나 올해 축제를 계획하고 있는 지역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그 축제가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닐 수 있도록 지금부터 착실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지역축제 또는 향토축제라 불리는 지방의 축제들은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농경사회의 전래풍습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문화 보존과 계승 차원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의 지역축제는 1년에 3백74개가 열린다는 것이 전국문화원연합회의 통계다. 그러나 동제등 소규모 축제까지 포함할 경우 6백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지역축제는 해당지역 주민들에게 동질성 확인을 통한 일체감과 문화적 자긍심을 심어 주고 외래인에게는 다양한 문화체험을 통해 삶의 질을 높여 주는 통로가 된다. 특히 농촌의 축제는 우리 농산물 홍보와 소비촉진의 창구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문제는 상당수의 지역축제가 준비과정의 노력과 비용에 비해 비생산적이어서 해당지역 주민들조차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군민(시민)의 날 행사의 일환으로 축제가 마련되거나 노래자랑, 미인선발대회 등의 획일적인 구성으로는 손님을 불러들이기 어렵다. 지역축제가 계절적으로 편중돼 있다는 점도 문제다. 3백74개 지역축제 가운데 10월에 1백38개(36.9%), 5월에 59개(15.8%)가 열려 두 달 동안 전체 축제의 52.7%가 집중돼 있는 것이다. 다행히 최근 지역축제의 성격과 방향에 대한 고민의 결과 독특한 아이디어로 특색있는 축제를 마련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하겠다. 전남 함평의 나비축제, 충남 보령의 머드축제, 전북 무주의 반딧불이축제 등이 그것으로 이들 축제는 자연환경이나 특산품을 최대한 활용해 농산물 홍보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경제적인 효과를 거두는 것은 물론 농촌지역 축제의 귀감이 되고 있다. 이제는 지역축제를 기획할 때 지역을 상징하는 문화상품을 개발하되 반드시 경제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기념품 하나를 만들어도 지역의 혼과 정성을 담고 축제의 결과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때 내방객에 대한 진정한 서비스가 이뤄지며 지역주민들도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특색이 없는 축제, 형식적인 축제, 소모적인 축제는 지역 주민과 내방객 모두에게 고통만 안겨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