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지난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단독으로 건강보험 재정분리안을 통과시킨 것은 문제를 풀기는커녕,혼란과 분쟁의 확대 재생산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우려할 만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한나라당은 이 법안의 본회의 처리를 내년으로 늦춘다고 하니 건보재정통합은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돼버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때까지 재정을 통합하지 않은 상태로 놔둘 경우 현행법을 위반하는 꼴이 되므로 정부가 예정대로 통합을 강행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그렇다고 통합을 뒤집는 법안이 국회상임위를 통과해 국회에 계류된 상태에서 통합을 강행한다는 것 역시 무리수가 될 가능성이 큰 것 또한 사실이다. 법적 혼란도 혼란이지만 사회적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행정난맥까지 겹칠 것을 생각하면 적잖이 당혹스럽다. 재정분리를 주장해온 한국노총과 경총 등은 즉각 한나라당의 법안처리를 바람직한 결과라며 환영의 뜻을 표시했지만 건강연대 등 시민단체와 민주노총 등 통합지지파는 한나라당의 건보재정 재분리 기도를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고 나서 갈등을 격화시킬 게 분명하다. 여기에다 재정통합을 위해 이미 전산장비 도입과 조직정비 등에 4천억원이 들어갔다고 하는데 내년에 건보법이 본회의를 통과하게 된다면 그동안 추가로 발생할 행정력의 낭비는 또 얼마나 될 것인가. 정치권은 이 문제를 당리당략에 이용하기 위해 시간을 끌 게 아니라 하루빨리 결론을 내려주어 행정난맥과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해야 할 일이다. 우리는 건보재정의 재분리 시도가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국민적 컨센서스와 정치권의 합의를 필요로 하는 이처럼 중대한 문제를 어느 일방이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것은 잘하는 일이라고 보기 어렵다. 동시에 정책실패를 끝까지 시인하지 않으려는 정부 여당의 자세도 빨리 시정돼야 마땅하다고 본다. 현실여건을 무시한 건보재정통합은 많은 부작용을 일으켜 놓은 게 사실이다. 당초 여야나 노사정위가 통합에 합의했던 것은 지역자영업자 소득파악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제가 있었기 때문인데 아직도 자영업자 소득파악률이 30%를 맴도는 실정에서 통합을 서둘러 강행한 것은 분명히 무리가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통합의 타당성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 보완할 것은 신속하게 보완하는 유연한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