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은 하등동물엔 없는 감각이다. 후각기는 주로 코에 있으나 파충류는 입, 곤충은 더듬이에 있다. 고래를 뺀 포유류는 대부분 냄새로 먹이와 짝을 찾는 후각동물이다. 사람은 보는 것에 의존하는 시각동물이지만 후각동물 못지 않게 냄새에도 민감하다. 특히 악취를 계속해서 맡으면 심리적으로 불안해져 짜증·히스테리·불면증을 일으킨다. 생리적으로도 혈압상승,호르몬 분비 변화에 따른 생식계 이상, 두통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인다는게 통설이다. 향수가 악취때문에 생겼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거니와 실제 18세기 중반 유럽 도시는 성당에 매장한 시체 썩는 냄새 때문에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였다. 소설 '향수'(파트리크 쥐스킨트)를 보면 당시 프랑스 사람들이 도심의 악취 탓에 얼마나 고통스러워 했는지 알수 있다. 지금 국내 곳곳에서도 악취 때문에 난리다. 화학공장과 하수.분뇨처리장 등은 물론 축산농가나 쓰레기 처리장 냄새를 참다 못한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한다. 시도 때도 없이 풍기는 악취 때문에 비위가 상하는 건 물론 후각이 무뎌지다 아예 마비될 정도라는 것이다. 정부에선 악취를 '황화수소, 메르캅탄류, 아민류 및 기타 자극성 있는 기체상 물질이 사람의 후각에 작용하여 불쾌감과 혐오감을 주는 냄새'라고 정의하고 이를 줄이기 위해 각종 규제책을 마련했지만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수가 허다하다. 냄새는 풍향 강수량에 따라 달라져 발생원을 찾기 어려운 점을 이용, 원인제공처에서 모르는체 하기 일쑤기 때문이다. 소송해도 가해 행위와 피해의 인과관계 규명이 힘들고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바람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참는 수가 많다. 마침내 악취로 인한 주민들의 정신적 피해에 대해 배상판결이 내려졌다는 소식이다. 냄새 공해의 심각성이 인정된 셈이다. 공사장 먼지문제가 여론화된 뒤 모든 공사장에서 '우리는 먼지를 날리지 않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조심한다. 처벌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이웃의 고통을 생각, 악취 제거에 힘을 쏟을 때도 됐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