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윗도리와 하얀 바지, 빨간 양말.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에 출전한 프랑스 축구팀의 유니폼은 세련되고 산뜻하다. 또 조금만 자세히 살피면 옷 전체가 프랑스 국기인 삼색기로 구성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위에서 아래로 파랑 하양 빨강 순으로 돼있는 게 그렇고 팔과 바지 옆의 삼색선 또한 그렇다. 상의와 하의 양말을 따로 떼놓고 봐도 세가지 색상을 잘 조화시켜 놓았다. 파란 상의엔 목부분과 아랫단 끝에 흰띠를 두른 다음 가슴쪽에 빨간 가로선을 쳤고, 하얀 바지엔 밑선과 번호판을 파란색으로 처리한 뒤 번호판에 가느다란 빨간 띠를 덧씌웠다. 양말 위쪽에도 파랑과 흰색 선을 둘러 삼색으로 만들었다. 얼핏 파랑과 흰색이 많은 듯하지만 양말과 포인트색으로 쓰인 빨강을 더하면 세가지가 거의 비슷한 비율로 쓰였음을 보게 된다. 이처럼 어느 한군데 무심코 넘기지 않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상큼하면서도 국가대표팀의 옷임을 한눈에 알아보게 디자인한 유니폼은 프랑스가 왜 패션의 종주국 소리를 듣는지를 새삼 일깨운다. 반면 우리 축구대표팀의 옷은 어떤가. 빨간 상의와 파란 바지는 단조롭고 팔옆의 흰선과 파란선, 바지의 빨간띠와 흰선은 비율이 맞지 않아 덥고 투박해 보인다. 양말 또한 위까지 빨강으로 돼 있어 답답한 느낌을 준다. 어딘가 촌스럽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미국은 품질과 서비스, 프랑스는 패션, 독일은 고품질과 기술, 일본은 정밀과 섬세함, 이탈리아는 우아한 세련미라는, 이른바 국가이미지는 하루 아침에 조성된 것이 아니다. 21세기엔 이미지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하거니와 이미지란 꼭 크고 거창한 데서만 생성되지 않는다. 디자인과 마감 처리를 제대로 해낼 때 조금씩이나마 바뀔 수 있다. 내년 월드컵은 6백억명이 시청하리라 한다. 게임당 9억명이 보게 되는 셈이다. 월드컵대회에 참가할 우리 축구팀의 유니폼은 세계 만방에 한국의 패션디자인 수준을 알리고 국가이미지를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운동장 시설도 중요하지만 멋있고 기능적인 유니폼 만들기에 좀더 신경을 썼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