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각종 기업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 하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개혁을 추진하면서 국내기업들에 가해진 각종 규제들을 상시 구조조정체제에 맞게 완화하는 것은 시장자율원칙을 되살린다는 차원에서 볼때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수출이 3개월째 계속 줄고 투자위축이 지속되는 등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요즘은 특히 이같은 규제완화가 기업의욕을 북돋우는데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에 단행된 규제완화 내용은 재계가 건의한 72개 항목중 34개 항목으로서 금융기관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 철폐,구조조정관련 출자의 예외인정기간 연장, SOC민자사업의 출자한도 적용제외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들 규제들은 하나같이 국내 대기업에 대해 '역차별'적인 성격이 강한데다, 구조조정이나 SOC 확충과 같은 국가적으로 시급한 과제의 효율적인 수행을 저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둘러 철폐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글로벌경쟁 시대를 맞아 국내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하자면 보다 과감한 규제완화가 요구된다. 이번 조치에서 빠진 출자총액 제한제도의 완화와 30대 대기업집단 지정제도의 철폐가 대표적인 예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경제환경에 걸맞지 않을뿐 아니라 규제대상의 선정기준과 규제내용이 자의적이라는 점에서 전근대적이고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이 많은 만큼 정부당국은 이들 규제를 하루빨리 완화해야 한다고 본다. 기왕의 불합리한 규제들을 없애는 일도 필요하지만 새로운 규제들을 양산하지 않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정부가 내년에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대기업들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기로 한 집단소송제도만 해도 그렇다.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라는 취지도 좋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기업경영 여건에서 소송남발로 인한 기업활동 위축과 기업이미지 실추와 같은 예상되는 부작용을 결코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