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사실상 사법 정비안 폐기 촉구…"매우 우려스럽다"
바이든 훈수에 네타냐후 발끈…"외국 압박에 결정하는 것 아냐"
거센 국민적 저항에 가로막혀 자신이 '사법 정비'라는 이름으로 추진해온 입법을 일시 중단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사법 정비안을 철회하라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훈수에 발끈하고 나섰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29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은 가장 친한 친구들을 비롯한 해외의 압박이 아닌, 국민의 뜻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주권 국가"라고 강조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네타냐후 총리가 대규모 시위와 이스라엘 정부의 정치적 위기를 부른 사법 정비안을 포기하길 바란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 직후 나온 것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28일 노스 캐롤라이나 방문길에 이스라엘 사태에 대한 견해를 묻는 기자들에게 "이스라엘의 많은 강력한 지지자들처럼 (상황이) 매우 걱정스럽다.

그들은 이 길로 계속 나아갈 수는 없다"고 말해 사실상 사법 정비안 폐기를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가 진실한 타협을 이루는 쪽으로 행동하길 바라지만, 이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으로 복귀한 이후에도 이스라엘의 민주주의가 변곡점에 놓여있느냐는 질문에 "변곡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스라엘이) 어려운 지점에 처해 있으며, 이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해 이스라엘 상황에 대한 우려를 재차 드러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그들이 그것에서 벗어나길 바란다"고 말해 이스라엘 정부가 논란을 빚고 있는 사법 정비 입법을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바이든 훈수에 네타냐후 발끈…"외국 압박에 결정하는 것 아냐"
이스라엘에서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정이 올초부터 '사법 정비'라는 명목으로 사법부의 권한을 축소하는 입법을 추진하자, 야당과 법조계, 시민단체 등은 정부의 사법 정비 입법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사법 쿠데타'로 규정하고 12주가 넘게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여 왔다.

정부 방침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을 해임한 다음 날인 27일 수십만명의 시위대가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여기에 회원 수 80만명의 최대 노동운동 단체까지 총파업으로 힘을 보태며 주요 시설이 마비되는 지경에 이르자 결국 네타냐후 총리는 백기를 들었다.

야권과 대화를 위해 크네세트(의회)의 다음 회기까지 사법정비 입법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네타냐후 총리는 5월 초에 시작되는 의회의 다음 회기까지 한달여 간 야권과 협상을 통해 합의점을 찾을 계획이다.

네타냐후 총리의 이번 결정에는 이스라엘의 최대 우방인 미국의 입김도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정비 입법 연기 발표 전 48시간 동안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 정부를 상대로 광범위한 압박 노력을 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