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하원 표결을 건너뛰고 밀어붙인 연금개혁에 성공했다. 야권이 연금개혁을 막기 위해 추진한 내각 불신임안이 모두 부결되면서다.

프랑스 하원에서 20일(현지시간) 좌파연합 뉘프 등이 표결에 부친 첫 번째 내각 불신임안은 아홉 표 차이로 부결됐다. 하원 전체 의원 577명(4명 공석) 가운데 278명이 찬성해 과반(287명)을 채우지 못했다. 뒤이어 극우 성향인 국민연합이 발의한 불신임안 역시 부결됐다.
[숫자로 읽는 세상] 연금개혁 정면돌파한 마크롱…떠넘기고, 방관하고, 후퇴하는 한국
내각 불신임안이 통과하면 자동적으로 연금개혁안도 폐기되는 상황이었다. 이로써 연금개혁안은 헌법위원회(한국 헌법재판소에 해당) 승인과 대통령 서명 절차를 거쳐 시행된다.

‘정치 생명’ 걸고 연금개혁 한 마크롱

프랑스 연금개혁의 핵심은 62세인 정년을 2030년까지 64세로 연장하는 것이다. 연금을 100% 받기 위한 기여 기간을 42년에서 43년으로 늘리는 시점도 2035년에서 2027년으로 8년 앞당겼다. 대신 최소 연금 상한액을 최저임금의 75%에서 85%, 즉 월 1015유로(약 142만원)에서 월 1200유로(약 168만원)로 인상해 소득보장 수준을 소폭 높였다. 큰 틀에서 보면 ‘더 일하고 비슷하게 받는’ 연금개혁이다.

연금개혁은 마크롱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그는 임기 초인 2019년에도 연금개혁에 나섰지만 노조 반발에 밀려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에 의회 동의 없이 정부 단독 입법을 가능케 하는 ‘헌법 49조3항’까지 발동해 연금개혁을 성공시켰다. 프랑스 전역에서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야권이 내각 불신임안을 냈지만 정부 원안이 통과됐다.

마크롱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연금개혁을 추진한 것은 프랑스 연금의 부실화를 막아야 한다는 의지 때문이다. 그는 올초 신년 연설에서 “우리가 더 오래 살고 있기 때문에 더 오래 일할 필요가 있다”며 “올해가 연금개혁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연금자문위원회 추계에 따르면 연금개혁 전 프랑스의 연금 재정은 올해부터 18억유로(약 2조5000억원) 적자로 돌아선다. 이는 2030년에 135억유로(약 19조원), 2050년에는 439억유로(약 61조원) 적자로 확대된다. 하지만 이번 개혁으로 프랑스연금은 2030년에도 177억유로(약 25조원)의 흑자를 낼 전망이다.

표 떨어지는 연금개혁에 소극적인 韓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국민 70%의 반대를 무릅쓰고 연금개혁을 강행한 것과 달리 한국에선 연금개혁이 지지부진하다. 정권의 운명을 걸고 연금개혁에 나선 마크롱 대통령과 달리 한국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연금개혁 논의가 공전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연금개혁을 노동, 교육과 함께 ‘3대 개혁과제’로 제시했지만 속도를 내지 않는 분위기다.

정부는 이달 말 5차 재정추계 최종안을 낸 뒤 정부 연금개혁안을 10월 말 발표할 계획이다. 이 경우 내년 4월 총선이 예정된 상황에서 제대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는 지난해 10월 연금특위를 구성했지만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연금 보험료율 인상안 제시를 포기했다. 총선을 앞두고 인기 없는 연금개혁을 직접 언급하는 걸 꺼리는 모양새다.

연금특위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프랑스 사례는 연금개혁과 같은 어려운 과제는 결국 표를 넘어선 리더의 결단이 있어야 함을 보여준다”며 “한국엔 마크롱 같은 리더가 없다”고 말했다.

김리안/황정환 한국경제신문 기자

NIE 포인트

1. 프랑스 연금개혁 내용을 정리해보자.

2. 개혁과 리더의 역할에 대해 토론해보자.

3. 지속가능한 연금제도에 대해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