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하니 나오라'는 말에도 40대 선원, 선내로 다시 들어가
"동료 구하려 다시 선실로…" 청보호 실종자 가족들 발 동동
"동료를 구하러 다시 선실로 들어간 것 같아요.

"
전남 신안군 임자도 해상에서 전복된 '청보호' 실종 선원 이모(46)씨의 가족은 5일 극적으로 구조된 생존자의 목격담을 전해 듣고 심장이 내려앉는 듯 했다.

배가 전복되기 직전 이씨의 모습을 본 한 선원이 "00아, 위험하니 얼른 나오라"고 외쳤지만, 이씨는 이 말을 듣고도 선내로 다시 들어갔고 그 이후에는 이씨를 보지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건강이 좋지 않은 아버지를 평소에도 지극 정성으로 돌보던 이씨의 성정을 생각하면 틀림없이 동료를 구하러 되돌아갔을 것이라는 게 가족들의 생각이다.

건설업에 종사했던 이씨는 사업이 어렵게 되자 4~5년 전부터 뱃일을 하기 시작했다.

사업 실패로 힘들어하던 이씨에게 외국으로 이민 간 친형이 함께 살자고 권유했지만 "아버지 홀로 두고 갈 수 없다"며 부친의 곁을 지켰다.

이씨의 부친은 아들이 위험한 뱃일을 하는 것이 탐탁지 않아 여러 차례 다른 일을 할 것을 권했다고 했다.

건강이 좋지 않은 자신 때문에 아들이 무리하는 것 아닌지 마음이 쓰였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만 (배를) 타고 안타겠다"는 이씨의 약속을 받아냈지만 이런 사고가 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씨 부자와 가족처럼 지낸 지인은 "제발 살아있기만을 바랄 뿐"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실종자 중에는 50년 경력의 베테랑 기관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그의 가족들은 울먹이며 차마 말 문을 열지 못하고, 무사히 생환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먼바다를 바라볼 뿐이었다.

실종자 가족들은 타 지역에 사는 다른 실종자 가족들이 가족대기소에 도착하는 대로 사고 해역을 직접 살펴 볼 지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청보호는 전날 오후 11시 19분께 전남 신안군 임자면 재원리 대비치도 서쪽 16.6㎞ 해상에서 전복돼 승선원 12명 중 3명이 구조되고 9명이 실종된 상태다.

구조당국은 당초 실종자가 선내에 남아있을 것으로 보고 잠수부를 동원해 수색을 시도했지만 어구들이 얽히고설켜 내부 진입에 실패했다.

당국은 실종자가 선체를 이탈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해상 수색을 확대하는 한편 전복된 어선을 인양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동료 구하려 다시 선실로…" 청보호 실종자 가족들 발 동동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