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와 환율, 2023년에 방향 전환?
2022년 3월부터 금리를 숨가쁘게 올려왔던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2023년을 목전에 둔 지난해 11월에 피벗(pivot), 즉 방향 전환을 단행해 국제 금융 시장의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은 국채금리와 달러 가치가 떨어지는 가운데 한국도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는 등 피벗의 영향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11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전까지 강한 매파 성향으로 일관했던 Fed가 피벗을 단행한 것은 첫 금리 인상 때부터 안고 있었던 문제다. 2021년 4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쇼크’라 불릴 정도로 높게 나왔는데도 Fed는 ‘일시적’이라 오판하고 인플레이션을 자초했다. 이 때문에 인플레만을 잡기 위해 볼커 모멘텀으로 대처해 왔다.

볼커 모멘텀은 인플레가 잡히는 가닥만 보이면 그 명분이 급속히 약화된다. 미국의 CPI 상승률이 2022년 6월 9.1%를 정점으로 안정되기 시작해 지난해 11월에는 7.1%로 크게 둔화됐다. Fed의 인플레 목표치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나 통화정책의 시차가 9개월에서 1년인 점을 감안하면 방향 전환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되는 것도 피벗 단행 요인이다. Fed가 경기예측기법으로 신뢰하는 장단기 금리 역전은 그 격차도 80bp(1bp=0.01%p, 2년물과 10년물) 이상 벌어졌다. 1970년 이후 미국 경기 순환 사이클을 보면 최근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면 예외 없이 침체 국면으로 빠져들었다. 12월 전망에서 2023년 성장률이 0.5%로 크게 하향 조정된 것도 동일한 맥락이다.

정책적으로도 Fed가 더 이상 인플레 잡기에만 주력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외적으로 강달러 유도를 통한 인플레 수출책은 다른 국가들로부터 강한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중간선거 이후 하원에서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함에 따라 미국 재무부의 바이 백(buy back)을 통한 유동성 공급도 제동이 걸리고 있기 때문이다.

1년 가깝게 지속되고 있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도 지금의 전황으로 보면 2023년에는 평화협정, 러시아 패배 등 어떤 형태로든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유럽 경제는 발목을 잡았던 지정학적 위험과 에너지 위기 충격에서 벗어나면서 유로화와 파운드화 가치가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피벗은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것만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2월 Fed 회의에서 수정된 점도표(최고 금리 5.1%)를 토대로 2023년 금리 인상 경로를 추정해본다면 1월과 3월 회의에서 각각 0.25%포인트씩 추가적으로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인플레가 다시 불거지지 않는다는 가정에서다.

하지만 제롬 파월 Fed 의장을 비롯한 Fed 인사들의 금리 인상 어록을 감안하면 당장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쉬운 문제는 아니다. 날로 악화되는 미국 국채 시장의 신용경색을 푸는 직접적인 방안도 못 된다. 이 때문에 양적긴축(QT)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안이 피벗의 차선책으로 급부상할 수 있다.

2022년 8월 잭슨홀 미팅에서 논의됐던 인플레 타기팅선을 상향 조정하면 금리 인상과 QT 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 제3의 피벗 대안이 될 수 있다. Fed가 인플레 잡기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 상황에서 인플레 타기팅선을 현재 2%에서 4%로 올리면 테일러 준칙에 따른 적정 금리를 같은 폭으로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부채의 화폐화(bond monetization)’가 거론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부채의 화폐화란 미국 재무부가 발행한 국채를 Fed가 매입해 신용경색도 풀고 시장금리를 내리는 방안이다. 하지만 인플레가 잡히지 않고 국가채무가 위험 수위에 도달한 여건에서는 재무부, Fed 모두 자충수가 될 확률이 높다. 통화정책 추진 여건이 다른 데도 미국식 볼커 모멘텀을 추진했던 한국은행도 피벗을 추진해야 한다. 2021년 8월 이후 1년 4개월 넘게 금리를 무려 2.75%로 올렸는데도 CP 상승률은 여전히 5%대에서 머물고 있다. 공급 측 요인이 강한 여건에서 주로 총수요 대책인 금리 인상은 인플레를 잡는 데 한계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외자 이탈 방지 목적도 빗나갔다. 2022년 9월 Fed 회의 이후 한미 간 금리가 1%포인트 이상 역전됐는데도 외국인 자금이 무려 5조 원 이상 들어왔다. 가계부채를 줄여 금융 건전성을 도모하려는 의도는 오히려 젊은 세대, 소상공인을 비롯한 경제 취약계층을 거리로 내몰면서 극단적 선택 등 사회병리현상을 급증시켰다.

한국은행은 인플레를 안정시키는 것이 최우선 목표일지 모르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인플레뿐만 아니라 경기, 고용 등 모든 면에 안정돼야 한다. 경기, 금리, 인플레 간 트릴레마 국면에 놓여 있는 한은이 2023년에는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하길 기대해본다.
금리와 환율, 2023년에 방향 전환?
역환율 전쟁 1년…2023년에도 지속되나

킹(king)달러, 갓(god)달러. 2022년 3월 미국 Fed가 첫 금리 인상을 단행한 이후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과정에서 대내외 외환 시장에서 가장 많이 회자됐던 용어 중 하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 용어들이 갑자기 사라져 그 배경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달러 가치는 미국 자체적으로 머큐리(mecury) 요인과 마스(mars)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전자는 경제성장률 등과 같은 펀더멘털 요인인 데 반해 후자는 Fed의 금리 인상 등과 같은 정책적 요인을 말한다. “특정국의 통화 가치는 그 나라의 경제 실상을 반영하는 얼굴”이라는 이론은 전자만을 고려한 시각이다.

종전의 이론이 잘 들어맞지 않는 현상을 ‘뉴노멀’이라 부른다. 2022년 미국 경제는 1분기 -1.6%, 2분기 -0.6% 역성장하다가 같은 해 10월 말에 발표됐던 3분기 속보치는 2.6%(잠정치는 2.9%)로 회복됐다. 머큐리 요인만으로 따진다면 달러 가치는 10월까지는 ‘약세’, 그 이후에는 ‘강세’가 됐어야 하지만 정반대 현상이 발생했다.

2021년 12월부터 테이퍼링을 추진했던 Fed는 2022년 3월부터 금리를 올렸다가 인플레 지표가 같은 해 6월을 정점으로 둔화되기 시작하자 9월 회의 때부터 방향 전환 가능성이 처음으로 내비쳤다. 달러 가치도 피벗 시사 이전까지는 ‘강세’, 그 이후에는 ‘약세’로 전환됐다. 2022년 달러 가치는 마스 요인에 의해 결정됐음을 뒷받침해주는 대목이다.

반사적 요인도 가세됐다. 달러인덱스 구성 6개국 통화 비중을 보면 유로화가 58%, 영국 파운드화가 12%를 차지한다. 2022년 2월 이후 유럽 경제는 러·우 전쟁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침체됐다. 이 때문에 유로화와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는 과정에서 달러화 가치가 미국 자체 요인보다 더 강세가 됐다.

킹달러, 갓달러가 머큐리 요인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이라면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마스와 반사적 요인에 의한 달러 강세는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지 급변할 수 있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최근 들어 킹달러, 갓달러라는 용어가 갑자기 사라진 것은 이 같은 시각에서 보면 쉽게 이해된다.

문제는 역환율전쟁에서 최대 희생양이 한국 원화라는 점이다. 달러인덱스는 역환율전쟁 시작 당시 96에서 2022년 10월 초에는 114까지 오르다가 최근에는 104 내외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1192원에서 1448원까지 급등하다가 1300원 밑으로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인덱스가 오를 때는 더 오르고 내릴 때는 더 떨어지는 순응성, 즉 냄비 장세가 나타난 것이다.

여러 요인 가운데 금리를 올려 외자 이탈을 방지하려는 한은의 의도가 빗나간 데다 중장기 과제인 원화의 국제화가 제대로 진전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크다. 우리 경제와 국내 외환 시장이 어려울 때마다 ‘증시 붕괴론’과 ‘제2 외환위기설’을 퍼뜨리는 일부 비관론자들의 인포데믹(가짜 뉴스)도 가세됐다.

정책당국은 외자 이탈 방지는 한미 간 금리 차보다 외환보유액 등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재인식하고 원화의 국제화 과제는 정권 교체 여부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인포데믹은 국민 전체를 생각하는 프로 보노 퍼블릭코(pro bono publico) 차원에서 적극 규제해 나가야 할 때다.
금리와 환율, 2023년에 방향 전환?
美·中 환율전쟁과 원·달러 환율 향방은

제3차 세계대전(헨리 키신저), 2차 냉전(니얼 퍼거슨)이란 경고가 나올 정도로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이 날로 악화되는 속에 2022년 11월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양국 간 첫 대면 정상회담이 열렸다. 기후변화 등 일부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이 제시됐지만 핵심 현안에 대해서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궁금한 것은 양국 간 경제패권 다툼에서 가장 격렬할 것으로 예상됐던 환율 분야는 미국과 중국이 외형상으로는 평온하다는 점이다. ‘위안화 절하’ 문제를 놓고 환율전쟁을 불사해 왔던 종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2023년 본격적인 디지털 통화 시대를 앞두고 양국 간 환율전쟁이 마무리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낙관론까지 나오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양국 모두 인플레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양국의 인플레는 경기 과열과 같은 총수요 요인보다 글로벌 가치사슬(GVC)과 공급망(GSC) 붕괴에 따른 공급 측 요인이 강하다. 공급 측 인플레 대책으로 세 감면, 생산성 증대, 사회적 연대를 통한 임금 상승 억제 등이 있으나 최근처럼 외부 충격에 따라 수입물가가 상승할 때는 자국 통화 가치를 높게 유지하는 것이 지금 당장 가져갈 수 있는 방안이다.

미국에서 인플레 쇼크가 처음 발생했던 2021년 5월 이후 위안화 가치는 10% 정도 절상됐다. 한때 90선 밑으로 떨어졌던 달러인덱스도 2022년 10월 초에는 114를 넘어섰다. 인플레 쇼크가 범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점을 확인시켜줬던 2021년 10월 물가지표가 발표된 이후 양국의 통화 가치 상승 폭이 큰 점도 주목된다.

위안화와 달러화 가치 상승은 양국의 경제정책과 맞물려 의외로 오래갈 가능성도 높다. 중국은 내수 위주의 ‘쌍순환 전략’과 ‘홍색 공급망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공식인구 14억 명에다 1인당 소득마저 1만 달러가 넘어 내수시장 구매력도 충분하다. 위안화가 절상되면 미국과 충돌을 막으면서 내수시장을 키워 경제 독립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미국도 해외에 나간 기업을 불러들이는 ‘리쇼오링 정책’과 반도체 등 주요 핵심 부품과 원자재의 ‘굴기 정책’, 그리고 2023년부터 본격화될 ‘사회적 인프라 정책’을 추진하는 데 강달러가 유리하다. 중국보다 유리한 것은 투자 자산에 대한 신뢰가 높은 여건에는 캐리 자금마저 유입돼 자산 효과로 성장률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

양국이 위안화와 달러화 강세를 동시에 용인하면 원·달러 환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미국이다. 조 바이든 정부의 실질적인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수입물가 안정과 날로 높아지는 중하위 계층의 경제고통지수(실업률+소비자물가 상승률)를 낮추기 위해 달러 강세를 용인한다는 뜻을 비춰 왔다.

수출 주도로 압축 성장한 우리로서는 양대 경제대국의 자국 통화 강세 용인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원화 약세에 따라 수출을 도모할 경우 우려되는 환율 조작에 대한 부담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023년 1월에 예상되는 포스트 코로나 체제 이후 내수 기여도가 크게 제고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수출이 받쳐줘야 성장률 급락을 막을 수 있다.

외국인 자금 이탈에 따른 외환위기 가능성도 너무 우려할 필요가 없다. 우리처럼 신흥국(MSCI 기준) 입장에서는 외자 이탈에 따른 방지책은 금리 인상보다 외화를 충분히 쌓는 일이다. 우리의 경우 직접 갖고 있는 제1선 외화와 통화스와프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갖고 있는 제2선 외화까지 포함할 경우 5500억 달러가 넘어 가장 넓은 의미의 캡티윤 방식으로 추정된 적정 수준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인플레 부담이 높아질 가능성이다.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가 가야 할 내수 육성에도 도움이 안 된다. 하지만 모든 정책은 양면성을 갖는다. 토끼의 해인 2023년에도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200원 선 이상으로 머문다 하더라도 우리 경제로서는 유리한 면이 더 많아 보인다.

기업과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사 그리고 달러 투자자들은 이 점을 감안해 외화 운용과 글로벌 투자를 할 것을 권한다.

글 한상춘 한경미디어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