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쪽 분량 檢 구속영장 청구서 조목조목 반박
"정책적 판단을 사후 사법적으로 판단…수용 어려워"
'서해 피격' 서훈 측 "300명이 첩보 알아 은폐 시도 불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연루돼 구속 갈림길에 선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측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서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서 전 실장 변호인은 30일 130쪽에 달하는 영장 청구서를 분석한 뒤 입장문을 내고 구속영장 청구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서 전 실장 측은 당시 국가안보실이 사건을 은폐하려고 시도했다는 검찰 주장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살해된 이튿날인 2020년 9월 23일 새벽 1시 회의에서 관련 첩보를 국방부·국가정보원·안보실·통일부 등 여러 부처가 공유하고 있었고, 실무자들을 포함하면 200∼300명이 넘는 인원이 알고 있었기에 현실적으로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첩보의 출처 보호와 신뢰성 확인을 위해 공식 발표 때까지 보안 유지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서 전 실장 측은 당일 회의에서 '월북을 단정하고 이에 배치되는 정보를 삭제했다'는 의혹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당시 월북으로 단정한 바도 없고, 첩보 내용 중 월북과 배치되는 정보를 선별해 삭제했다는 것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한 보도가 있지만, 영장 범죄사실에는 '월북과 배치되는 첩보를 선별 삭제했다'는 내용은 전혀 없다고도 강조했다.

당시 남북관계를 고려해 이씨를 월북자로 몰고 갔다는 검찰의 판단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변호인은 "월북자를 사살하는 것은 오히려 북한 체제의 잔혹성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남북 관계에 대한 고려와는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변호인 측에 따르면 당시 이씨의 실종 직후 청와대 안보라인은 ▲ 선박 실족 ▲ 극단적 선택 ▲ 월북 기도 등 세 가지 가능성을 상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씨가 북한수역에서 구명조끼를 입고 부유물에 올라탄 채 발견됐고, 월북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돼 월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황을 관리했다고 항변했다.

검찰이 당시 수사 결과보고서나 보도자료에 대한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를 적용한 것을 두고는 "그런 논리라면 무죄가 난 사건의 공소장이나 관련 보도 자료는 모두 허위공문서작성이 문제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이 건은 국가안보와 관련한 중대하고도 급박한 상황에서 여러 부처에서 수집된 제반 첩보를 기초로 정책적 판단을 한 것"이라며 "이를 사후적으로 사법적 판단을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는 전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로 서 전 실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내달 2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김정민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