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천국' 소문나자 이주자 줄섰다…日시골마을 부활 비결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일본의 사진 수도' 히가시카와는 파격적인 지원금을 주는 다른 지자체와 대조적으로 이주 희망자를 사실상 골라받는다. 그런데도 인구가 25년 연속 늘어난 비결은 뭘까. 히가시카와군청이 공개한 비결은 단순했다. '정말 살기 좋은 마을', '누구나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드는 것이다.

시골살이라면 으례 대자연을 즐기는 대가로 다소 불편하고 촌스러운 부분은 감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히가시카와에서는 통하지 않는 인식이다. 거리도 가게도 매우 세련됐다. 근사한 카페와 케이크 가게가 왠만한 도심 주택가보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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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대도시의 휘황찬란함, 왁자지껄함을 닮은 것은 아니다. 히가시카와는 대자연과 세련미가 절묘하게 조합돼 있다. 이 지역 사람들은 이를 '히가시카와 스타일'이라고 부른다.

생활의 가장 기본인 물 걱정도 없다. 히가시카와는 홋카이도에서 유일하게 수도가 없는 지자체다. 수도가 없는 마을은 일본에서도 산간 지역의 시골 마을 정도를 제외하면 매우 드물다. '대설(大雪)'이라는 이름에서도 나타나듯 눈이 많은 다이세츠산은 수량이 풍부하고 물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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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카와 주민들은 다이세츠산에서 흘러내려온 지하수를 식수와 생활용수로 그대로 사용한다. 상수도 보급률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일본 정부가 수도 건설을 지시했지만 주민들이 거부했다. 다이세츠산의 맛 좋은 물이 무한정으로 나오는데 왜 수도를 깔아야 하냐는 이유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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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카와는 아이를 키우기에 최고의 동네이기도 하다. 자연이 풍부한 건 기본. 인구가 8500명 밖에 안되는 마을에 일본에서 재정이 가장 풍부한 지자체인 도쿄 미나토구 수준의 문화시설까지 빼곡하다. 사진박물관을 비롯해 문화센터, 체육시설 등이 모두 갖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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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카와의 자랑은 히가시카와초등학교다. 천연잔디 야구장·축구장, 과수원을 포함한 부지 면적이 12만㎡다. 서울광장(1만3207㎡) 10배 크기의 학교에 전교생은 380명이다. 4만㎡ 면적의 건물을 전부 1층으로 지었다. 복도 길이만 270미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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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은 얼마든지 있으니 우리 아이들 힘들게 계단 오르내리지 말라고 이렇게 지었다. 교실과 교실의 구분이 없다. 문을 열면 바로 잔디밭과 운동장으로 뛰어 나갈 수 있는 오픈형 구조다. 히가시카와초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자녀가 6세 때부터 인근 대도시인 아사히카와에서 이주해오는 가정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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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카와의 명물 카페 요시노리커피의 구쓰와다 사요 공동대표는 "충실한 육아정책과 서비스에 끌려 아기가 생후 2개월일 때 아사히카와에서 이주했다"고 말했다.

홋카이도 동부의 광활한 삼림지대를 배후에 두고 있는 이 지역의 최대 도시 아사히카와는 일본 5대 가구 제작지역이다. 일본에서 '아사히카와 가구'라는 이름을 달고 팔리는 제품의 30%는 히가시카와에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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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카와의 중·고등학교는 목공이 필수과목이어서 히가시카와 사람이라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기본적인 목공기술을 갖고 있다. 이런 마을의 분위기를 살려 히가시카와는 '기미노이스(君のいす)'라는 제도를 운영한다. '너의 의자'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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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태어난 아이에게 그 해 '기미노이스'로 선정된 공방의 의자를 무료로 지급한다. 시가로 50만원이 넘는 수제품이다. 중학교 3년 동안 쓴 의자를 졸업식날 집으로 가져가는 '배움의 의자' 제도도 운영한다.

홋카이도 히가시카와=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