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노트]쓰나미의 기억
지난 2004년 12월 26일, 크리스마스의 여운에서 겨우 벗어날 무렵 TV 뉴스를 통해 태국 서부 안다만해를 휩쓴 쓰나미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제가 신혼여행을 태국 푸켓으로 다녀온 지 한 달여 뒤의 상황이었죠. 사망자만 4812명, 실종자도 4499명에 이르렀던 엄청난 재해였습니다.

당시 푸켓 북쪽 카오락에서만 4000여 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한국인 사망자와 실종자도 다수 나왔다고 하죠. TV 속 푸켓의 풍경에서 더 이상 신혼여행지의 낭만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등골이 오싹해졌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며 마른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죠.

쓰나미는 전조 현상이 있다고 합니다. 특유의 물 빠짐 현상이죠. 2004년 당시에도 썰물 때처럼 해안선이 바다 쪽으로 빠지는 모습이 발견되기도 했답니다. 다만 6시간에 걸쳐 밀물과 썰물이 반복돼 진행되는 간조와 만조의 모습과는 달리 쓰나미의 전조증상은 몇 분 안에도 일어날 수 있다고 하네요. 그 같은 전조증상을 알고 있었다면 내륙 깊숙한 곳으로 필사의 대피도 가능했다는 소리입니다.

최근 경제에서도 쓰나미처럼 트라우마를 키우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환율입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돌파했습니다. 지난 1997년 자율변동환율제 도입된 이래 외환위기(1997~1998년)와 글로벌 금융위기(2008~2009년)를 거쳐 13년만에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넘어선 것입니다.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속출합니다.

과거 IMF 외환위기는 국가부도의 사건으로 뇌리에 박혀 있습니다. 기업들이 줄도산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길거리로 내몰렸습니다. 달러당 800원대 수준을 유지하던 환율이 1900원대로 치솟으며, 달러값이 불과 1년도 안 돼 2배 수준으로 올랐었죠. 물론 현재의 대한민국 경제 규모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고, 외환보유액도 부족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지나친 우려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한경 머니는 10월호 빅 스토리 ‘환율 쓰나미’에서 환율 리스크의 문제점을 짚고 향후 전망도 꼼꼼하게 담아보았습니다. 또 과거의 환율 리스크를 되짚어보며, 외환위기의 전조증상은 없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 체력이 과거에 비해 견조해졌지만 국가부채와 가계부채의 증가, 경상수지 흑자 폭 감소 등 곳곳의 나쁜 징후들은 분명히 경계해야 합니다. 위기는 맥락 없이 오지 않습니다. 사전 징후에 대한 철저한 대비만이 예상치 못한 경제 충격파를 막아줄 수 있습니다.

더불어 한경 머니는 스페셜 ‘위기에 강한 2022 베스트 오너십 기업은’, ‘다시 위스키 전성시대’, ‘1분의 마법, 숏폼 동영상의 경제학’ 등 다양한 특집 기사로 독자들의 ‘경제 가시거리’도 넓혀보았습니다.

글 편집장 한용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