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그린 리모델링’ 열풍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강화한 영향이다. 서울을 비롯한 주요 도심에서 건물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그린 리모델링 시장에 관심이 쏠리는 배경으로 꼽힌다.
LED등 달고 블라인드 쳤더니…건물 에너지 소비 절반 이하 '뚝'

한 해 1만2000채 ‘그린 탈바꿈’

2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민간 건축 시장에서 그린 리모델링 바람이 거세다. 2014년만 해도 300건에 그쳤던 민간 건축물의 그린 리모델링 실적이 2017년 8600건, 2019년 1만 건, 2020년엔 1만2000건을 기록했다.

그린 리모델링은 낡은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을 개선해 온실가스를 저감하고 생활 환경을 향상하는 사업을 말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2018년에 비해 32.8%의 온실가스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건물 부문의 에너지 소비는 오히려 16.8% 증가했다. 10년 이상 된 노후 건물 비중이 80%를 넘다 보니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내놓은 해법은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부분 리모델링이다. 행정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하고 있는 공공 건축물부터 리모델링을 시작해 민간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그린 리모델링 대상이 되는 공공 건축물을 공개모집으로 선정해 창호 교체, 단열 보강, 고효율 냉난방 장치 설치 등을 국고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민간사업은 공사비 대출 이자의 일부를 보조해준다. 정부의 올해 민간 건축물 리모델링 예산은 102억4200만원이다.

민간 건설사들도 눈독

공공 건축물 그린 리모델링 1호 사례는 경기 광명에 있는 시립 철산어린이집이다. 1999년 지어진 이 건물은 외풍이 심했다. 건물이 낡아 전력 소비량도 상당했다. 정부는 2020년 16억원을 들여 고효율 단열재와 이중 창호를 시공하고, 폐열 회수형 환기장치도 설치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에너지 소비량이 88% 줄었고 냉난방비도 연간 520만원 절감됐다.

1979년 지어진 강동구청도 마찬가지다. 준공한 지 40년 이상 돼 노후 상태가 심각했던 강동구청은 총사업비 11억원을 투입해 일반 형광등을 고효율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바꾸고, 태양광 발전 시설을 외벽에 설치했다. 그린 리모델링 후 건축물 에너지 효율 등급은 기존 4등급에서 1++ 등급으로 5단계 올랐다.

민간 부문에선 한국외국어대 도서관이 모범 사례로 꼽힌다. 1973년 준공된 한국외대 도서관은 2020년 그린 리모델링 사업을 마쳤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던 한국외대 도서관은 그린 리모델링을 통해 외벽에 고효율 창호와 단열재를 적용하고 지붕엔 고성능·고효율 태양광 설비를 설치했다. 이를 통해 기존 건축물 대비 에너지 사용량을 53.4% 줄였다.

리모델링 성공 사례가 늘면서 건설사들도 이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건물 재생 사업의 성장 잠재력이 상당하다는 판단에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올해를 기점으로 대규모 정비사업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자체 개발한 단열재와 친환경 에너지 설비 등을 적극적으로 리모델링 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