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원창 알스퀘어 빅데이터실장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진입하며 상업용 부동산 시장 또한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난해 주택 시장의 대출 규제로 인해 상업용 부동산이 시장의 투자 수요를 일부 흡수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다소 보수적인 시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급격한 금리 인상 기조 속에서 상업용 부동산에 현명하게 접근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진원창 알스퀘어 빅데이터실장과 함께 알아본다.
[Special] “상업용 부동산 시장 양극화, 더 크게 벌어진다”
“앞으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더 크게 벌어질 겁니다. 주택 시장에서 ‘똘똘한 한 채’라는 표현을 쓰는 것처럼 상업용 시장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금리 인상의 후폭풍은 상업용 부동산도 피하지 못하는 변수가 됐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상승세를 보였던 상업용 부동산의 거래량은 올해 들어 소폭 꺾이며 관망세로 돌입했다. 알스퀘어 빅데이터분석실에 따르면 100억 원 이상의 상업용 부동산 거래는 2019년 1분기 91건, 2020년 1분기 150건, 2021년 1분기 214건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타다가 올해 211건으로 정체됐다. 지난해 상업용 부동산 시장으로 옮겨온 개인투자자의 발걸음도 올해는 주춤해지는 분위기다. 다만 거래량은 줄었어도 자산 가격은 올해도 여전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전문가인 진원창 알스퀘어 빅데이터실장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입지와 매물 종류에 따라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는 시점이라, 가치 있는 물건을 골라내는 눈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진 실장은 “과거에 비해서는 보수적으로 관망하는 시장이 되겠지만, 상업용 부동산은 거주용 부동산과는 상황이 다르다”며 “좋은 입지와 상품을 선택한다면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에서 거주용 부동산보다 더 자유로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Special] “상업용 부동산 시장 양극화, 더 크게 벌어진다”
올 상반기 상업용 부동산 거래가 줄었다고 들었는데. 현재 상업용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어떤가.
“최근 거래량이 조금 줄어 보합세 혹은 관망세라고 볼 수 있다. 금리 인상의 여파로 과거에 비해 보수적인 시장 환경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매매 가격은 오히려 더 올랐다. 상업용 부동산의 상징적 자산인 오피스를 예로 들면, 지난해 같은 기간뿐만 아니라 바로 직전 시기인 4분기와 비교해도 가격이 상승했다. 각각의 권역에서 오피스 가격이 계속해서 신고가를 기록하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상업용 부동산의 거래량은 조금 줄었지만, 거래금액이 오르면서 시장의 전체적인 볼륨은 줄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오피스,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은 공실률과 임대료도 중요한 이슈일 것 같다. 엔데믹을 전후로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나.

“상업용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처인 만큼,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지표인 공실률과 임대료를 중요하게 본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자산 간 편차가 심했다. 예를 들면 오피스와 골프장은 코로나19 시기에 오히려 좋았고, 비대면 신선식품 주문 확대로 물류창고의 공실률도 낮았다. 반대로 리테일은 상황이 굉장히 안 좋았다. 특히 서울 명동 상가는 공실률이 50% 넘어갔다. 한 집 건너 한 집이 비어 있는 수준을 넘어, 상당수의 건물 1층이 공실일 정도였다. 가두상권(거리상권)뿐만 아니라 백화점, 대형 마트 쪽도 상황이 좋지 않아 거래가 잘 안 됐다. 그 정도로 시장의 양극화가 심했다. 최근에는 엔데믹 전환을 기점으로 가두상권과 호텔이 살아나는 기미가 보이고 있다.”

향후 시장을 전망한다면.
“상업용 부동산의 자산 가격은 몇 백억 원부터 크게는 몇 천억 원까지 형성되는 만큼, 금리가 0.1%포인트만 변동돼도 이자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달라진다. 또한 매입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대출이 수반되다 보니, 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예전에 비해서는 보수적으로 관망하는 시장이 될 것 같다. 특히 수요가 많지 않은 서울 외곽 지역 등은 금리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강남의 꼬마빌딩과 같이 수익률보다는 시세차익으로 접근하는 곳들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개인이 투자할 수 있는 중소형 빌딩은 지금도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향후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더 크게 벌어질 것이다. 주택 시장에서 ‘똘똘한 한 채’라는 표현을 쓰는 것처럼, 상업용 시장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안정성과 희소성을 확보한 상업용 자산의 가치가 계속해서 오르는 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상업용 부동산의 가격 하락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물론 가격 하락의 가능성은 항상 있지만, 상업용 부동산은 수익성 상품이라는 점에서 거주용 부동산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가장 큰 요소는 결국 임대료와 공실률이다. 현재의 지표로는 임대료가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본적으로 임대료는 물가 상승률과 연동된다.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을 제외하고는, 상가 임대료조차 떨어진 적이 없다. 거주용 부동산은 메인 스트림에서의 가격 하락이 생기면 전반적으로 집값이 떨어질 수 있지만, 상업용 부동산은 개별 상권이 무너지지 않는 한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 지금 시기에 투자를 해야 되는지 말아야 되는지 묻는다면, 일단 투자해도 되는 시기라고 본다. 다만 어떤 지역과 상품에 투자하는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갈수록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서 에셋 파킹(asset parking: 자산과 주차를 합친 신조어로, 고정적 월세를 넘어 자산을 증대시키는 개념) 트렌드가 훨씬 뚜렷해질 것이다.”
[Special] “상업용 부동산 시장 양극화, 더 크게 벌어진다”
상가 등 리테일 부동산에 관심 있는 개인투자자는 어떤 데이터를 보는 게 좋을까.
“리테일 부동산은 결국 입지와 트렌드 싸움이다. 요즘은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이라는 뜻의 신조어)이 해당 상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에서 ‘홍대’를 해시태그한 게시물의 누적량을 살펴보면, 그 상권이 얼마나 유망한지 판단할 수 있다. 또 게시글이 얼마나 단기간에 빠르게 증가했는지를 근거로 계산하는 트렌드 지수도 중요하다.

각 상권의 사이클도 이 데이터를 통해 판단할 수 있다. 누적 게시글 수와 트렌드 지수가 낮다면 상권의 사이클상에서도 경쟁력이 다소 낮은 단계라고 볼 수 있다. 그다음 단계는 우리가 통상 핫플레이스라고 부르는 핫스폿이다. 아직 인스타그래머블 콘텐츠가 많이 누적되지는 않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갑작스럽게 게시글이 많이 증가하고 있는 상권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께 익선동·성수동 같은 곳이 바로 이 단계에 속한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인지도가 높고 인스타그램 콘텐츠가 꾸준히 생기는 연남동 같은 상권이 된다. 마지막으로 핫플레이스의 자리를 다른 상권에 넘겨주고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가는 단계가 상권 사이클의 마지막이다. 이 단계까지 오면 인스타그래머블 데이터를 제공받기 힘들다. 비싸진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곳이 프랜차이즈와 플래그십 스토어밖에 없기 때문이다. 명동, 강남, 가로수길을 더 이상 핫플레이스라고 부르지 않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시점에 상권의 사이클을 분석하고 싶다면 인스타그램 지표가 가장 최적의 도구라고 본다.”
[Special] “상업용 부동산 시장 양극화, 더 크게 벌어진다”
현재 리테일 투자를 고려한다면, 가장 우선순위에 놓을 만한 지역은 어디인가.
“성수를 굉장히 유망한 지역으로 보고 있다. 현재 성수에서는 오피스 버전의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고 있다. 기존에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나 패션 기업이 청담동, 압구정동 쪽에 많이 몰려 있었다. 그런데 이 회사들이 성수로 많이 이동했고, 성수 지역이 ‘강남의 서브화’가 되기 시작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성수는 골목상권의 핫플레이스 대표주자로 꼽혔는데, 이제는 명품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생겨나는 지역이 됐다. 리테일 상권으로서의 가능성을 굉장히 높게 평가받고 있다는 뜻이다. 오피스와 리테일을 통틀어 그 상권만의 고유한 콘셉트가 있는 지역이라면 그곳은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다. 앞으로 5년만 지나도 성수는 굉장히 다른 세상이 될 것이다. 전통 상권처럼 공고한 상권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가장 유망한 상업용 부동산의 종류를 추천한다면.
“물류창고는 최근 몇 년간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성장한 부동산이다. 리츠 등 간접투자를 통해 물류창고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개인이 접근할 만한 투자처로는 ‘도시형 물류창고’를 꼽고 싶다. 서울과 수도권에 배달의민족 B마트, 마켓컬리와 같은 배송 산업이 굉장히 많이 발달해 있다. 물건을 시키면 1시간 안에 배송해주는 서비스도 많다. 이 수요를 고려한 부동산이 도시형 물류창고다. 도시형 물류창고는 형태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입지만 좋으면 된다. 배달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는 1~2인 가구가 몰려 있는 곳을 주요하게 보면 된다. 대표적으로 신림, 서울대입구, 미아 등을 꼽을 수 있다. 부동산적 관점에서 트렌드를 빠르게 캐치하는 사람들이 결국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할 때도 성공한다.”

마지막으로 상업용 부동산에 관심을 두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조언 부탁드린다.
“거주용 부동산에서 입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처럼, 상업용 부동산도 결국은 입지 분석이다. 예를 들어 물류센터는 얼마나 고속도로나 수도권과 가까운 입지인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오피스는 지하철역과 도로와 얼마나 근접해 있는지를 본다. 근생 상가나 도시형 물류창고 역시 입지가 중요한 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좋은 입지를 선택한다면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에서 거주용 부동산보다 더 자유로울 수 있다. 돈과 사람이 모이는 입지를 잘 고려해 좋은 투자 결정을 하기를 바란다.”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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