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노트]당신은 존경받는 부자인가요
“한국에서도 존경받는 기업인, 부자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한 기업단체의 수장이 인터뷰 중에 무심코 내뱉은 한 마디였습니다. 존경받는 작가, 배우, 운동선수, 미술가들은 전집으로 묶을 만큼 많은데 한국에서 부자는 상대적으로 존경보다는 질투와 경계의 대상이라는 하소연이었죠.

대표적으로 ‘부자 감세’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들끓는 국내 여론이 이를 방증합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존경받는 부자인가요. 존경이라는 의미가 자산의 크기나 사회적 명성과 꼭 정비례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부(富)에도 ‘품격’이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겠죠.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미국 석유왕으로 유명한 록펠러 가문이나 케네디, 빌 게이츠 등 유명 가문의 경우 대부분 패밀리오피스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네요. 미국과 유럽 중심의 패밀리오피스는 자산운용사, 헤지펀드, 자선재단 등의 형태를 띠는데 가문의 뜻과 전통을 중시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현시킬 수 있는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한다는 점에서 단순히 자산관리만 하는 프라이빗뱅킹(PB)과는 구별된다고 합니다.

EY에서 발행한 ‘글로벌 패밀리오피스(Global Family Office)’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는 약 1만여 개의 패밀리오피스 운용자금이 1조2000억 달러(약 1350조 원)에 달할 정도입니다.

국내에서도 금융사와 로펌 등을 중심으로 최근 패밀리오피스 붐이 일고 있습니다. 자산가들도 기존 자산관리, 경영권 승계, 상속·증여 등을 넘어선 가문의 평판까지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이죠. 하지만 국내의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는 투자나 세무·법률 컨설팅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한계를 보이고 있기도 합니다.

한경 머니는 7월호 빅 스토리로 ‘K-패밀리오피스 ‘격전’, 부(富)도 품격 시대’를 다뤘습니다. 국내 자산관리 시장도 ‘부의 품격’까지 고민할 정도로 한 단계 성숙해지고 있는 분위기를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령의 정비가 미진해 전문기관 재신탁(재위임) 등이 막혀 있고, 이 때문에 금융사, 로펌, 회계법인 등 업종 간 협업이 쉽지 않은 현실적인 문제점도 짚어보았습니다.

자산관리 서비스의 정점에 위치해 있다고 평가받는 패밀리오피스. 이를 통해 자신의 후세들에게 단순히 축적한 자산을 넘기기보다는 사회를 위한 헌신과 자긍심까지 전하고, 또 이러한 모습에 박수를 쳐줄 수 있는 사회가 성큼 다가오기를 희망해봅니다.

한용섭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