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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식 심팩·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최진식 심팩(SIMPAC) 회장은 지난 2월 제11대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은 모든 국부의 원천"이라며 "생산과 교역의 중심 주체는 기업으로서 '혁신과 도전'을 통해 경제의 맥박을 격동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와 기업은 국정 운영의 핵심 파트너
지난 5월 9일 서울 여의도 심팩 본사에서 최진식 회장을 만났다. 깔끔한 남색 정장을 차려 입은 그는 취재진을 반갑게 환대했다. 공교롭게도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전날 인터뷰가 진행돼 최 회장이 경제단체 대표로서 새 정부에 바라는 마음이 더욱 간절하게 느껴졌다.
최 회장은 "대통령 당선 직후 발 빠르게 이뤄진 경제단체장들과의 만남은 대한민국 국정 운영의 핵심 파트너로서 기업의 가치에 대한 새 정부의 명확한 인식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며 "중견기업은 혁신 스타트업, 벤처기업을 끌어올리고 함께 발전해 나아가는 성장사다리의 중심이자 좋은 일자리 창출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중견기업의 중요성과 역할에 대한 당선인의 시각은 후보 시절 정책 공약집은 물론 최근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 과제'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의 대선 공약과 110대 국정 과제에는 중소·중견기업 육성을 통한 경제 체질 강화가 꽤 구체적으로 담겼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민간 혁신 성장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중견·중소기업 신산업 진출 적극 지원, 글로벌 강소 기업으로 역동적 혁신 성장 뒷받침, 글로벌 선도 기업에 대한 맞춤형 포괄적 지원 등) △성장사다리 복원(중견기업의 유형·업종별 특성에 맞는 단계별 지원 및 육성, 중견기업 세제 지원 강화, 중견기업 도약 펀드 설치 등) △중견·중소기업 맞춤형 디지털 전환 지원(디지털 전환 투자 세제 지원 확대, 미래형 스마트 공장 구축 지원 및 예산 확대) 등의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새 정부, 자본주의 혁신해야...중견기업서 적극 조력"
노동·교육 유연성의 근간인 신자본주의 사고 필요
최 회장은 "신자본주의로 혁신이 필요하다"며 기업과 노동 정책 등에 있어 정부의 근본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특히 그는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간 인력 수급의 미스매치로 인한 구인난에 대한 소신 발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60년 전 한국 광부와 간호사 등의 인력을 독일에 파견한 사례가 있고 현재 우리 중견기업들이 청년 인구 감소 및 인력 수급의 불균형으로 인해 과거 독일과 같이 구인난을 겪고 있다"며 "우리도 빠른 시일 내에 아시아 개발도상국 등 해외 인력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부족한 맨 파워를 보충하지 않으면 경제가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변했다.
이 같은 최 회장의 노동정책 변화 주문은 교육 시스템 개선 제안으로 이어진다. 그는 "지방대학에 신입생이 들어오지 않아 실질적인 운영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한국 교육 시스템을 선망해 우리나라에 와서 공부하겠다는 제3국 학생들을 과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는 직업과 튜터링(tutoring)을 같이 병행해야 하는 시대로서 교육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이 나서 이민자들을 국내에서 교육해 3~5년간 일을 하고 정착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방향은 어떨까 싶다"며 "한국에서 교육을 받고 업무 경험을 쌓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영구 레지던스를 줄 것인지 시민권을 취득하게 할 것인지 등의 법률적 문제는 법무부에서 따로 검토해보도록 하되 5~10년간 우선 시스템을 시범 운영해보자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단순한 일자리뿐만 아니라 청년층이 실제로 거주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최 회장은 "어떤 지역 단체들은 자기네 지역에 와서 공장을 설립해 달라고 하는데 솔직히 그 지역에 백화점이 있길 하나 마트가 있나 젊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놀이터가 없는데 그곳에 어떻게 공장을 설립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중견기업과 대기업의 관계에 대해서는 "중견기업을 대기업의 건전한 파트너로 인정해야 하고 중견기업들이 잘 살아야 대기업도 함께 공존하는 것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말하자면 하청업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등 (중견기업을) 대기업에 종속되는 관계로만 보지 말고 대등하게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사업 파트너라는 기업관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덧붙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감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빌게이츠재단이나 록펠러재단, 포드재단 등의 사례처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 기업이 받은 사랑을 사회에 아낌없이 되돌려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에서는 이런 경우가 거의 없다"면서도 "재산권은 포기하고 경영권만 가져가는 시스템으로 우리가 먼저 바뀌는 것이 어떻겠냐고 회원사들에 강하게 드라이브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언급한 노동 정책과 교육, 대·중견기업의 상생,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이르는 소신은 이른바 보다 성숙된 '신자본주의'로의 혁신을 이르는 말인 것이다.

중견기업 특별법 상시법으로 전환해야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 지위를 획득하자마자 정부 지원이 대폭 줄어들고 규제가 늘어나는 데 대해서는 전향적인 조치를 주문했다.
최 회장은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올라서면 곧바로 수많은 규제가 늘어나는 동시에 대부분의 지원이 끊기고, 정책자금은 물론 한국은행의 금융중개지원대출(옛 총액한도대출) 대상에서 배제되는 등 금융 조달 측면에서도 급격하게 애로가 가중되는 현실에 처한다"며 "가장 중요한 과제는 기업을 둘러싼 법·제도 환경 개선에 대한 인식을 획기적으로 전환하는 일로 지난해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 무역개발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인정받은 선진국 지위에 걸맞은 법·제도 환경을 구축한다면 성장사다리를 끊는 많은 부조리가 일거에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상속세, 법인세 등 세제는 물론 모든 규제와 지원 프로그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10개국 평균 수준으로 조정하는 등 전향적인 방식을 모색해볼 때라는 의미다.
최 회장이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는 '중견기업 특별법'의 상시법 전환이다. 지난 2013년 제정된 '중견기업 특별법'이 오는 2024년 7월 22일 일몰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일몰 시한이 있는 특별법 대신 안정적인 지원을 가능케 하는 상시법이 중견기업 진흥의 선결 과제라고 역설했다.
그는 "'중견기업 특별법' 시행 이후 중견기업 수는 결산 기준 2013년 3846개에서 2020년 5526개로, 고용은 116.1만 명에서 157.8만 명으로, 수출은 876.9억 달러에서 933억 달러로 증가했다"며 "매년 중소기업을 졸업하고 중견기업으로 입학하는 평균 300~400개 기업을 글로벌 전문 기업, 대기업으로 육성·성장시키는 법적 근거로서 '중견기업 특별법'은 실효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중견기업 특볍법'이 일몰된다면 우리 경제의 허리가 끊기고, 장기적인 성장의 순환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며 "'조세특례제한법'상 중견기업 구간이 사라지면서 많은 중견기업의 조세 부담이 급증하고, 대기업과 동일한 각종 규제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새 정부, 자본주의 혁신해야...중견기업서 적극 조력"
중견련, 벤처 투자 협력 프로젝트 진행
최 회장은 한국중견기업연합회(이하 중경련) 회장 취임 이후 첫 행보로 중견기업과 혁신 벤처기업의 협력 확대를 모색했다. 실제로 최 회장 취임 이후 중경련은 기술보증기금, 한국벤처캐피탈협회와 협력 관계를 구축해 기존의 성장사다리 복원 노력의 출발점에 다시 섰다.
최 회장은 "벤처 투자 협력 프로젝트와 관련해 올해 우선적으로 시범 사업을 추진하되, 성과에 따라 중견련 회원사는 물론 중견기업 전반으로 참여 범위를 신속하게 확대할 것"이라며 "투자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실제 유의미한 수요와 프로젝트의 가치를 면밀히 점검하는 일이 우선돼야 하며,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은 물론 금융기관의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도 정교한 프레임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중경련은 중견기업의 신성장 동력 발굴을 목적으로 정부와 협력해 3000억 원 규모의 모태펀드 조성을 추진 중이며, 벤처기업의 혁신 역량과 중견기업의 성장 노하우의 시너지를 일으킬 다양한 프로젝트에도 투자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중견기업, 우리 경제의 핵심 기업군
최 회장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정부 조직이 어떤 방향으로 재편되더라도 중견기업 육성을 위한 정책 기조는 지속적으로 유지돼야 한다"며 "중견기업은 2020년 결산 기준 5526개 사, 전체 기업 수의 1.4%에 불과하지만, 고용의 13.8%(157.8만 명), 매출의 16.1%(770조 원), 수출의 18.3%(933억 달러)를 감당하는 우리 경제의 핵심 기업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대기업 중심의 성장 전략에 고착된 기존 정책 방향의 한계를 벗어나 중견기업 중심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과감히 전환할 수 있도록, 중견기업계의 명확한 가치와 역할을 확산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국가 연구·개발(R&D) 지원 체계를 혁신 중견기업 중심으로 전면 개편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산업계 전반에 진취적인 혁신의 문화를 확산해 나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중견기업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중견기업은 전통 제조업에서 핵심 소재·부품·장비, 식품, 바이오·제약 및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에 이르기까지 넓게 포진한 대한민국 산업의 주축이자, 대기업에 버금가는 좋은 일자리의 산실로서, 청년 실업 해소의 주역이자 실질적으로 내수를 지탱케 하는 국가 위기 극복의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강조했다.

대담 한용섭 한경 머니 편집국장, 글·정리 정유진 기자|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