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 캐비닛' 인수위서 대거 발탁…현역 차출 최소화 속 정치인 전략적 배치
호남 총리-영남 부총리 속 '영남 편중' 지적도…"인위적 안배 없다"
인선 키워드 '전문성·정무능력·인수위 출신'…깜짝 발탁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1차로 공개한 8개 부처의 내각 인선은 '전문성'과 '정무 감각'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인수위나 주변 참모 출신이 대거 전진배치, 인수위가 '섀도 캐비닛'(예비 내각) 역할을 입증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는 연속성 차원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개된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명단을 보면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정통 관료와 교수 출신들이 대거 포함됐다.

또,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여성가족부와 같이 핵심 경제 정책이나 민감한 현안을 다뤄야 하는 부처에는 전문성뿐 아니라 여소야대 정국에서 대야(對野) 소통 능력이 입증된 정치인 출신을 기용해 눈길을 끈다.

다만 현역 의원 차출 최소화 방침에 따라 현역 의원은 경제부총리 후보자 1명만 포함했다.

대선 캠프와 인수위 출신 인사들 여러 명이 1기 내각에 포함되면서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업무 연속성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출신 지역은 각각 호남, 영남으로 균형을 맞췄으나 나머지 장관 후보자들의 출신지는 영남 편중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인선 키워드 '전문성·정무능력·인수위 출신'…깜짝 발탁도
우선 윤석열 정부 '경제팀'을 이끌어갈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행정부와 입법부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아온 점을 인정받아 초대 내각의 경제사령탑으로 발탁됐다.

윤 당선인은 이날 통의동 인수위에서 한 내각 인선 발표 브리핑에서 이같은 경력을 소개한 뒤 "공직에서의 전문성과 의정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한 토대를 닦고, 의회와의 소통도 원만히 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호남' 출신이라는 점도 대구 출신의 추 후보자를 경제부총리에 발탁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추 후보자는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기획재정부 1차관, 국무조정실장을 거치며 폭넓은 경험을 쌓아왔다.

20·21대 재선 국회의원을 지내면서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 원내수석부대표 등을 역임하며 전략기획 능력과 대야 협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머지 7개 부처 장관 후보자 인선을 관통하는 키워드도 '전문성'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기재부, 국방부, 산업부 장관 후보자는 해당 부처에 몸담았던 관료 출신이다.

산업부, 과기부, 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해당 분야에서 명망 있는 교수나 전문가 출신이다.

우선 국방부 장관에 내정된 이종섭 전 합동참모본부(합참) 차장은 육사 40기로 국방부와 합참에서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내정된 이창양 카이스트(KAIST) 교수는 행정고시 합격 후 산업부 전신인 상공부에서 시작해 15년간 산업부 주요 보직을 지냈고, 학계에서도 기술혁신경제학 분야에서 명성을 쌓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내정된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도 비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표준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세계적인 반도체 기술 보유자다.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인 정호영 전 경북대병원장은 내과 전문의로 37년간 암 수술과 의료 행정에 몸담았고 대구에서 코로나19가 확산했을 당시 코로나 생활센터를 운영한 경험도 있다.

윤 당선인은 정 전 원장의 복지부 장관 내정과 관련, "복지 전문가를 차관으로 뒷받침하고 보건의료 전문가를 장관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에 따라 정 전 병원장을 장관으로 지명했다"고 설명했다.

인선 키워드 '전문성·정무능력·인수위 출신'…깜짝 발탁도
여성가족부 장관에 지명된 김현숙 전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비례대표 의원을 지냈을 당시 여성가족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았으며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고용복지수석을 지냈던 '정책 전문가'다.

김 전 의원의 발탁에는 윤 당선인의 대선 캠프 시절부터 영유아 보육, 초등돌봄 등 가족 정책을 설계했던 점, 의원 출신으로 '여가부 폐지'라는 민감한 이슈를 민주당과 소통하며 원만하게 풀어갈 능력이 있는 점 등도 고려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도 40년 가까이 언론인으로 활동해왔으며 중앙일보 편집인, 신문방송편집인 협회 회장을 역임한 점 등 전문성을 고려한 인사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 장관에 내정된 제주지사 출신의 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원장은 그간 언론 하마평에 오르지 않았던 '깜짝 발탁' 인사로 이날 시선이 집중됐다.

일찌감치 입각 후보군에 거론된데다 검증 동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각 명단 포함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기용을 놓고는 예상치 못한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윤 당선인은 원 후보자 발탁 배경에 대해 "3선 의원을 지냈고 두 차례 제주지사를 지내면서 제주용 스마트시티 등 혁신 행정을 펼친 분이고, 공정과 상식이 회복돼야 할 민생 핵심 분야인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이해가 높은 분"이라며 "충분한 주택 공급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균형 발전의 핵심인 지역의 공정한 접근성과 광역 교통체계를 설계해나갈 적임자"라고 했다.

과거 정부에서도 국토부 장관 자리에는 SOC(사회간접자본) 등 예산 규모가 크고 부동산 정책이 민심과 직결돼 정무 감각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중량감 있는 실세 정치인들이 기용되곤 했다.

박근혜 정부 때 유일호 전 장관, 문재인 정부 때 김현미 전 장관이 대표 사례다.

차기를 노리는 원 후보자의 경우 이번 내각 기용으로 체급을 한단계 높이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선 키워드 '전문성·정무능력·인수위 출신'…깜짝 발탁도
이날 발표된 장관 후보자 8명 중 정호영 복지 장관 후보자, 이종호 과기 장관 후보자를 제외한 6명은 이미 윤 당선인의 인수위 등에 몸담고 있다.

원 후보자는 인수위 기획위원장을 맡고 있고, 추경호, 이창양 후보자는 인수위에서 각각 기획조정분과와 경제2분과 간사로 활동 중이다.

이종섭 후보자는 외교통일안보 분과 인수위원이다.

김현숙 후보자는 당선인 정책 특보, 박보균 후보자는 당선인 특별고문을 맡고 있으며 대선 캠프에서부터 활동해 왔다.

윤 당선인은 인수위 구성 당시부터 장관 후보자와 비슷한 수준의 엄격한 검증 잣대를 들이댔던 것으로 알려져, 조각 인선을 염두에 두고 인수위를 구성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윤 당선인이 이날 폐지를 확정한 여가부 장관을 임명하는 등 현 정부 직제에 따라 내각 인선을 한 것은 '여소야대' 국회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반발을 사지 않고 원만한 합의로 통과시킬 수 있는 인사들을 국무위원으로 기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