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유가와 곡물 가격 등이 오르며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년 만에 4%대로 치솟았다. 지난 5일 서울의 한 빵집에 새로 붙여진 가격표와 함께 제품이 진열돼 있다. /김범준 한국경제신문 기자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유가와 곡물 가격 등이 오르며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년 만에 4%대로 치솟았다. 지난 5일 서울의 한 빵집에 새로 붙여진 가격표와 함께 제품이 진열돼 있다. /김범준 한국경제신문 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년 만에 4%대로 치솟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확산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석유류와 가공식품, 외식 물가가 크게 올랐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6.06(2020년=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4.1% 상승했다. 소비자물가가 4% 넘게 오른 것은 2011년 12월(4.2%) 후 10년3개월 만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10월 이후 5개월 연속 3%대를 기록하다 지난달 4%대로 올라섰다.

[숫자로 읽는 세상] 물가가 무섭다…석유류 31%·빵 9%·외식 6.6% ↑
품목별로 보면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석유류 가격이 31.2% 뛰었다. 작년 11월(35.5%) 이후 4개월 만에 30% 넘게 올랐다.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비롯한 원재료 가격이 뛰면서 빵(9.0%) 등 가공식품 물가와 외식 물가(6.6%)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외식 물가 상승률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4월 이후 24년 만에 최대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3.3% 올라 2011년 12월(3.6%) 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물가가 급등하자 정부는 이날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유류세 인하 폭을 20%에서 30%로 확대하기로 했다. 시행 시기는 오는 5월부터 3개월간이다. 이에 따라 휘발유 가격은 L당 2000원에서 1917원으로 4.2% 싸질 전망이다. 정부는 버스회사 등을 대상으로 경유 유가연동 보조금을 지급하고, 수입 식품 관세도 낮추기로 했다.

지난해 말부터 외식업체의 원가 부담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우유 가격이 업체별로 5~6%가량 오르면서 우유를 원재료로 한 치즈와 버터, 제과류와 빙과류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소주와 맥주 가격은 올해 초 출고가가 인상됐다. 대부분 식당은 소주나 맥주 가격을 병당 40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렸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달 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 밀 가격은 최근 5년 평균 대비 137.7% 뛰었다. 옥수수는 102.1%, 콩은 72.0% 상승했다.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는 이를 반영해 외식 가격을 높이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60계치킨은 일부 메뉴 가격을 이달부터 1000~2000원 인상했다. 스타벅스와 커피빈 등 커피회사들도 가격을 올렸다.

가공식품 물가도 6.4% 올라 2012년 4월(6.5%) 이후 9년11개월 만에 가장 많이 상승했다. 빵 가격이 9.0% 오르며 가공식품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업체별로 보면 롯데제과가 이달부터 대표제품 ‘빼빼로’ 가격을 1500원에서 1700원으로, ‘월드콘’ ‘설레임’ 등 아이스크림은 1800원에서 2000원으로 올렸다. CJ제일제당은 즉석밥 ‘햇반’ 가격을 1년 만에 다시 인상했다. 햇반 210g 가격은 1950원에서 2100원으로 8%가량 올랐다.

영화 관람료도 인상됐다. CGV는 이달 초부터 티켓값을 1000원 올렸다. 코로나19 이후 세 차례 가격 인상이다. 성인이 주말에 2D 영화를 관람하려면 한 편에 1만5000원을 내야 한다. 넷플릭스 월 구독료와 비슷한 수준이다.

석유류는 휘발유(27.4%), 경유(37.9%), 자동차용 LPG(20.4%)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면서 31.2% 뛰었다. 지난해 11월(35.5%) 이후 4개월 만에 다시 30%대로 올라섰다. 작년 11월 이전에 석유류 가격 상승률이 30%대를 웃돈 것은 2008년 7월(35.5%)이 마지막이다. 석유류와 가공식품 등을 포함한 공업제품은 6.9% 상승했다. 2008년 10월(9.1%) 후 최대폭이다. 집세는 2.0% 상승했다. 전세와 월세가 각각 2.8%, 1.1% 올랐다. 전기·가스·수도요금은 2.9% 올라 전월과 상승률이 같았다.

올해 유가 수준이 2월 물가 전망 당시(두바이유 기준 83달러)보다 큰 폭으로 뛴 데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 등에 따른 공급망 차질까지 겹쳐 국내 물가의 상방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강진규/한경제/정의진 한국경제신문 기자

NIE 포인트

1. 소비자 물가의 개념을 정확하게 알아보자.

2. 소비자 물가를 조사하고 분석하는 곳은 어디인지 알아보자.

3. 물가가 치솟는 이유를 국내외 요인으로 나눠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