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가렴주구 (苛斂誅求)
▶한자풀이
苛: 가혹할 가
斂: 거둘 렴
誅: 벨 주
求: 구할 구


가혹히 세금을 거두고 재물을 빼앗다
백성을 괴롭히는 포악한 정치를 이름
- 《예기(禮記)》

공자가 제자들을 데리고 태산 기슭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 한 여인이 세 개의 무덤 앞에서 목 놓아 울고 있었다. 수레 위에서 여인의 울음소리를 듣고 있던 공자가 제자 자로에게 그 까닭을 알아보라고 했다. 자로가 여인에게 다가가 물었다. “당신의 울음소리를 들으니 굉장히 슬픈 일을 당한 것 같은데 무슨 일인지요?”

여인이 더욱 흐느끼며 답했다. “옛적에 시아버지가 호랑이에게 잡아 먹혔고 제 남편도 호랑이에게 당했는데, 이제 아들이 또 그것에게 죽었습니다.” 자로가 의아해 물었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곳을 떠나지 않았습니까?” 여인이 이유를 설명했다. “이곳은 세금을 혹독하게 징수하거나 부역을 강요하는 일이 없습니다. 다른 곳으로 가면 무거운 세금 때문에 그나마도 살 수가 없습니다.”

자로에게 여인의 말을 전해 들은 공자가 제자들에게 말했다. “잘 들어라.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것이니라.”

《예기(禮記)》에 나오는 일화로, 가렴주구(苛斂誅求)는 가혹하게 세금을 거두거나 백성의 재물을 억지로 빼앗는 것을 뜻한다.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도 가렴주구와 뜻이 같다. 민생도탄(民生塗炭) 도탄지고(塗炭之苦)도 가혹한 정치를 이르는 말이다.

작가/시인
작가/시인
공자는 “정(政)의 의미는 곧 정(正)”이라고 풀이했다. 자신을 바로잡는 일이 남을 바로잡는(正) 일, 곧 정치라는 의미다. 공자에 따르면 지도자가 자신을 바르게 할 수 있어야(正己), 능히 백성을 바르게 할 수 있다(正人). 정기(正己)는 수신을 의미하고, 정인(正人)은 사람을 다스리는 것, 즉 치국(治國)을 뜻한다.

가렴주구로 백성이 도탄에 빠지고, 나라가 망한 사례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무수하다.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가렴주구 (苛斂誅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