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이 발효된 지 10년이 됐습니다. 2012년 3월 15일 두 나라는 6년간의 협상을 모두 끝내고 ‘자유무역’을 시작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유치원생 혹은 초등학생이었을 때 발효됐군요. 한·미 FTA가 논의될 당시 우리나라 여론은 찬반으로 갈라졌습니다. 미국과 같은 큰 나라와 FTA를 맺으면 경제 주권을 빼앗긴다는 반대론과 미국과 같은 큰 나라와 FTA를 맺어야 한국 경제가 더 나아진다는 찬성론이 충돌했지요.이제 10년 계산서를 뽑아볼 때가 되었습니다. 어느 쪽 주장이 옳았는지를 견주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러 가지 객관적인 수치를 보면, 찬성론이 반대론을 압도합니다. FTA로 우리나라는 큰 재미를 봤습니다. 지난해 말 현재 미국과의 무역액은 FTA 체결 이전인 2011년보다 약 68%나 늘었습니다. 무역 흑자도 두 배가량으로 증가했습니다. 미국이 “손해를 봤다”며 뒤늦게 협정 개정을 요구한 점만 봐도 계산서의 결과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우리나라는 세계 59개국과 22개의 FTA를 맺고 있습니다. 한국의 FTA 역사와 자유무역이 우리나라 번영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알아봅시다.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 상위 20위 기업 직원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이 15.0%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간 인상률로 역대 최대 수준이라는 평가다. 이들 기업의 평균 연봉도 처음으로 1억원을 넘어섰다. 물가 상승이라는 외부 요인 외에 대기업이 직원들의 불만을 달래고,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임금 인상폭을 키웠다는 분석도 제기된다.지난 22일 한국경제신문이 시총 상위 20위 기업이 이달 들어 공시한 2021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직원 평균 연봉이 1억1348만원으로 나타났다. 2020년 평균 연봉 9870만원 대비 15.0%(1478만원) 올랐다. 상당수 기업이 임금을 두 자릿수 인상했고, 창사 이후 처음으로 평균 연봉 1억원을 넘어선 기업도 많았다. 삼성SDI LG화학 기아 포스코홀딩스 등이 대표적이다. 대기업의 임금 급증을 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기업 이익이 늘어난 만큼 직원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반면 지난해 경제성장률(4.0%)과 물가상승률(2.5%) 등을 감안하면 과도하다는 비판도 많다. 직무와 성과에 기반한 임금체계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임금 양극화 우려도 나온다. 이들 대기업의 인상률(15.0%)은 지난해 상용 근로자 평균(4.6%)의 네 배에 이른다. 한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과도한 임금 인상은 경기침체 때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삼성전자의 2020년 직원 평균 연봉은 1억2700만원으로 국내 제조기업 1위였다. 경쟁 업체보다 1.5배가량 높은 연봉을 지급하며 취업준비생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 1위에 수시로 이름을 올렸다. 근로자 대표인 사원협의회와의 임금 협상도 매년 잡음 없이 마무리됐다.분위기는 지난해 갑자기 바뀌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인재를 끌어오기 위해 연봉을 올리면서 제조 대기업 직원들도 “더 달라”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에 삼성전자도 지난해 3월 임금을 7.5% 인상했다. 2013년 후 최대 규모다. 여기에 지난해 말 특별 격려금 등이 더해지며 작년 직원 평균 연봉은 전년 대비 13.4% 상승한 1억4400만원을 기록했다.다른 대기업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해 주요 대기업 ‘평균 연봉 1억원 시대’가 열린 배경이다. 경제계에선 ‘적절한 보상’이라는 분석과 ‘과도하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한국경제신문이 22일 시가총액 20위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직원 평균 연봉은 2020년 9870만원에서 2021년 1억1348만원으로, 1년 만에 15.0% 상승했다. 경제계에선 역대 최대 인상률을 기록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개 기업 중 14곳이 직원 평균 연봉을 두 자릿수 인상했다. 삼성전자(13.4%) SK하이닉스(22.9%) 네이버(26.0%) 삼성SDI(32.5%) LG화학(10.8%) 기아(11.0%) 포스코홀딩스(11.2%) 등 업종과 상관없이 대폭 임금을 올렸다.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차익까지 더하면 실제 상승폭은 더 커진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스톡옵션 행사차익을 더한 직원 평균 연봉은 1억4400만원으로, 2020년(7800만원) 대비 84.6%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대기업 임금 인상 바람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부터 시작됐다는 분석이 많다. 경제계 관계자는 “2018년 최저임금 16.4% 인상에 따라 하위 직급부터 상위 직급까지 연쇄 인상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마저 일부 직원의 최저임금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지난해 게임 등 IT업계가 ‘개발자 확보 전쟁’에 나서면서 임금 인상 열풍은 더 거세졌다. 넷마블, 넥슨, 크래프톤 등이 한 번에 연봉을 1000만원 안팎씩 올린 것이 시작이다. 업계 관계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조금이라도 더 높은 연봉을 주는 기업으로 이직하는 현상이 강해지면서 경쟁 기업보다 더 많이 인상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김일규/도병욱 한국경제신문 기자 NIE 포인트1. 국내 연봉 1위 기업이 어디인지를 본문에서 찾아보자.2. 연봉과 우수인재 확보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알아보자.3. 근로자 평균 연봉과 대기업 연봉 차이를 비교해 보자.
17세에 부모를 잃고 세상에 혼자 남는다면? 너무 슬프고 가슴 답답해 상상조차 하기 싫은 상황이다. 《꽃피는 고래》의 주인공 주니은이 그런 일을 당했다.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사흘장을 치른 뒤 비몽사몽 1주일을 보낸 니은은 학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선다. 하지만 늘 가던 길을 헷갈리면서 사흘 내리 엉뚱한 곳에 닿고 만다. 이해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무섭고 혼자 남은 공간이 두려워진다.주인공이 지독하게 아픈 상황이다 보니 독자의 마음도 동시에 욱신거리며 내내 안쓰러운 마음으로 함께하게 된다. 제발 니은이가 힘내기를 응원하면서 읽고 나면 마음이 한 뼘 더 자란 자신을 만나게 되는 소설이다.니은은 혼자 견뎌야 하는 서울을 떠나 부산 이모 집에 갔다가 울산 고모 집으로 향한다. 거기서도 숨이 막혀 비어 있는 할아버지 집이 자리한 처용포를 찾는다. 할아버지의 친구들이 아직 살고 계신 처용포는 아빠가 자란 고향이고 니은이 가족과 종종 갔던 곳이다.김형경 작가는 어린 시절 멱을 감았고, 다슬기가 지천이던 고향의 강이 어느 틈엔가 흰 거품이 끓고 나쁜 냄새가 나는 것에 충격과 상실감을 느껴 소설을 구상했다고 한다. 니은이 찾은 소설 속 처용포는 고래잡이로 유명했던 울산 장생포를 모델로 삼았다. 장생포와 처용신화를 접목한 허구의 공간 처용포는 공업단지에서 뿜어내는 공해에 휩싸인 채 고래박물관 조성을 위해 애쓰는 곳이다. 어른들의 보살핌으로 힘을 얻다처용포에서도 니은은 아무 데서나 픽픽 쓰러질 정도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따뜻한 동네 사람들의 사랑 속에 차츰 기력을 회복하는데, 특히 할아버지의 친구인 장포수 할아버지와 왕고래집 식당 할머니가 니은을 각별히 아끼고 돌본다.니은은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석 달 전에 받은 주민등록증을 보며 자신이 ‘청소년도 청년도 아닌 시간, 미성년도 성인도 아닌 시간’ 속에 살고 있음을 깨닫는다. 자신은 부모가 없지만 고아라는 말도, 고아 청소년이라는 말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고아보다는 어른이 되기로 했어”라고 스스로에게 말한다.한글교실에 다니며 글씨를 익히는 왕고래집 할머니는 열다섯 살에 시집을 갔고 고래잡이 명수였던 장포수 할아버지는 열여섯 살에 포경선을 탔다는 걸 알게 된 니은은 열일곱 살과 어른이 되는 일에 대해 깊이 생각한다.고래잡이가 재개될 희망이 조금도 없는 가운데 처용포는 고래를 내세운 관광사업 구상에 분주한 사람들로 붐빈다. 사업자들이 번갈아 찾아와 장포수 할아버지가 수집해온 고래잡이 용품을 비롯한 갖가지 기념품에다 포경선까지 기증해줄 것을 요청한다. 생업을 강제로 포기당하고 아무런 희망도 가질 수 없는 상황에서 박물관에 박제되라고 권하는 사람들과 마주한 장포수 할아버지. 니은은 장포수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내 삶의 밑그림과 이미지한글 과외공부를 부탁한 왕고래집 할머니의 실력이 매일 자라는 것이 니은에게 소소한 기쁨이다. 한글교실에서 내준 ‘가장 화가 날 때’ ‘가장 슬플 때’를 쓰라는 등의 숙제를 고쳐주면서 할머니가 살아온 아픈 날들을 통해 니은은 어른에 대해 조금씩 알아간다.친구 나무의 사촌언니가 개최한 사진전시회에 갔을 때 니은은 “어른이 된다는 건 어떤 거예요?”라고 묻는다. 그때 사촌언니가 “아직 답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징징거리지 않기, 변명하지 않기, 핑계대지 않기, 원망하지 않기, 그 네 가지만 안 해도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하지”라고 답한다.하루하루 마음을 회복해나가는 과정에서 니은은 ‘엄마 아빠가 내 고등학교 졸업식에 못 올 것이고, 대학에 입학하는 것도 못 보고 내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의 주어를 바꾸기로 결심했다. ‘나는 엄마 아빠 없이 혼자 살 것이다. 나는 혼자 힘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할 것이다’라고 읊조리자 마음속에서 이상한 힘이 생기며 등이 똑바로 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니은은 ‘어른이 된다는 것의 핵심에 자기 삶에 대한 밑그림이나 이미지를 갖는 것이 들어 있는 듯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비로소 눈앞이 환해지는 기분을 느낀다.나이가 들면 저절로 어른이 되는 것일까? 어른이 되기 전에 어른에 대해 생각해보는 일, 니은의 심정이 되어 《꽃피는 고래》를 읽다 보면 마음이 한층 깊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