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모습. /한경DB
서울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모습. /한경DB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옥죄기에 11월 가계대출이 3조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주택 거래가 둔화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가 대폭 줄어든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11월중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은 3조원 증가한 1060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0월달 5조2000억원에 비해 증가세가 둔화된 것이다.

박성진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가계대출이 9월 이후 두 달 연속 감소세를 기록해다"며 "금융권의 가계대출관리와 계절적 비수기, 대출금리 인상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며, 증가세가 꺾였다고 판단하려면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택담보대출이 지난 10월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주담대는 2조4000억원 늘면서 10월달(4조7000억원)의 절반 수준을 기록했다. 증가액으로 따져보면 2018년 2월(1조8000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달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76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주택 거래량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박성진 차장은 "집단대출 중 중도금 대출에 대한 상환분이 작용했고, 일반 개별 주담대의 경우엔 주택 거래량이 다소 둔화되고 있다"며 "12월도 계절적으로 비수기인 만큼, 둔화 흐름이 연말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11월 기타대출은 5000억원 증가하면서 10월과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은행권의 신용대출 관리와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10월과 같은 증가세가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기업대출은 11월 증가액 기준으로 가장 큰 폭을 기록했다. 지난달 말 은행의 기업대출은 9조1000억원 증가하면서 잔액은 1068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소기업 대출이 6조4000억원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금융지원 및 시설자금 수요 등으로 높은 증가세가 지속됐다. 대기업 대출도 2조8000억원 늘었다. 대기업의 경우 일부 기업의 지분투자 등을 위한 대규모 차입 등으로 전월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다. 개인사업자 대출도 2조7000억원 늘면서 10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은행 예금을 비롯한 수신 잔액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18조2000억원이 늘면서 잔액은 2113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기업의 결제성 자금 예치 등으로 수시입출식 예금이 9조8000억원 증가세로 전환한 영향이다. 정기예금은 일부 은행의 법인자금 유치, 예금금리 상승 등으로 4조원 증가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