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석 달 앞두고 각 당 대선후보들이 하루에도 수차례 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말이 조금 엉킬 순 있다. 하지만 놓쳐선 안 될 것이 주장의 일관성이다. 어제 했던 얘기와 오늘 한 얘기가 달라서는 국가지도자 자질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가 유독 이런 점에서 자주 도마에 오르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후보는 며칠 전만 해도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던 기본소득 공약을 다시 꺼내들었다. 지난 주말 “삼성에서 기본소득을 얘기해보면 어떻겠냐”고 압박하더니, 어제는 서울대 초청 강연에서 기본소득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미 기초노령연금이 부분 기본소득이고, 전 국민에 확대하면 보편 기본소득이 된다”며 “기술혁명 시대에 반드시 있어야 할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기본소득의 유효성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국민여론의 3분의 2가 지지하지 않는다고 해 잠시 후퇴했으나, 자신의 지지율이 오르자 표변하는 것으로 해석될 만하다. ‘선별 지원’인 소상공인 코로나 손실보상이 “쥐꼬리”라고 정부를 비판하고는 ‘보편 지원’인 기본소득 주장을 태연하게 이어간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더 가관은 정부가 소상공인 등에 재정지원을 적게 해 가계부채가 1800조원대까지 불어났다는 인식이다. 국가가 부담해야 할 것을 국민에게 부담시킨 탓에 가계부채가 커지고 국가부채는 적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복잡한 경제현실을 극도로 단순화시킨 편향된 논리일 뿐이다. 미국 EU 일본 같은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으로선 대외 순흑자가 아무리 크더라도 국가채무를 철저히 관리해야 하는 처지다. 기축통화국의 국가채무 비율이 GDP 대비 100%를 넘는 게 정상이라고 강변할 게 아니라, 8년 뒤면 2000조원에 이를 수 있는 나랏빚 증가속도를 감속시키는 게 급선무다. 재정지원이 GDP 증대에 기여하는 정도인 이전지출승수가 ‘1 이하’로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집값을 못 잡은 현 정부의 정책 실패가 가계부채 급증을 몰고왔다는 점에서도 수긍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이 후보가 소상공인 손실보상 확대와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려면 ‘선별 지원’에 초점을 맞추는 게 맞다. 재원의 한계, 적자국채 문제까지 고려한다면 기본소득 주장은 접어야 일관성 있다고 할 것이다. 재정정책 수단을 표심(票心)과 여론에 따라 맘대로 바꿀 수 있는 꽃놀이패로 여겨선 더더욱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