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개. 올 들어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발간한 기업분석 보고서 중 ‘NFT(대체불가능토큰)’라는 단어가 포함된 보고서 수다. 이 중 160개가 11월 한 달간 쏟아졌다. 작년엔 단 하나도 없었다. 그만큼 금융투자업계가 최근 들어 NFT 관련주를 찾느라 분주하다는 얘기다. 오미크론 공포로 코스피지수가 흔들려도 NFT 관련주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뜨겁다. ‘NFT 테마만 스쳐도’ 주가가 오르자 1990년대 말 닷컴버블이 떠오른다는 말마저 나온다. 전문가들은 극초창기 NFT 시장의 성장성에 투자하면서도 위험도를 줄이려면 ‘본업을 잘하는 빅테크 및 콘텐츠 회사’를 눈여겨보라고 조언한다.

NFT 열차 타면 주가 고공행진

1일 비덴트는 18.54% 오른 3만64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3만770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비덴트는 방송용 디스플레이 전문회사인데 국내 최대 암호화폐거래소 빗썸의 최대주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NFT 관련주로 묶이면서 지난 9월 이후 250% 넘게 올랐다. 디지털광고사업자 FSN은 이날 상한가(29.76%)인 1만3300원에 장을 마감하며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NFT 열차’에 올라타면 실적과 상관없이 주가가 치솟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올해 3분기 실적은 시장 전망치(컨센서스)에 미치지 못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5.78% 줄고 매출은 14.45% 감소했다. 하지만 3분기 실적 발표일이었던 지난달 11일 엔씨소프트 주가는 상한가로 마감했다. 이날 실적 설명회(콘퍼런스콜)에서 NFT 사업 진출 계획을 밝힌 게 주가를 끌어올렸다.
"NFT株 옥석 가려라"…자금력 갖춘 빅테크 위주로 투자해야

NFT 관련주 투자 전략은

이런 열기에도 문제는 있다. 지금의 시기는 옥석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NFT 시장이 극초창기란 점이다. 세계 최대 NFT 거래소 ‘오픈씨’ 등 NFT 매출 비중이 큰 업체들은 대부분 비상장사다. 상장 기업의 경우 NFT 비중이 유의미하지 않아도 사업목적에 NFT만 추가하면 주가가 치솟다가 꺾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투자 실마리를 얻기 위해 관련 펀드를 운용 중인 펀드매니저들에게 종목 선별 기준을 물었다.

첫 번째는 메타버스, 블록체인, 지식재산권(IP) 등 관련 생태계에 분산 투자하는 방법이다. ‘삼성글로벌메타버스펀드’를 운용하는 최병근 삼성자산운용 매니저는 “빅데이터, 모멘텀을 고려해 종목을 선별하고 있다”며 “구글 검색에서 NFT와 관련성이 높은 단어를 최대한 추출한 뒤 실제 검색 결과에서 관련 종목을 추려내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최 매니저는 “초창기 단계 성장 산업은 한 종목에 베팅하기보다는 그 시장이 커지면서 혜택을 볼 수 있는 업종,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본업을 잘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KB글로벌메타버스경제펀드’를 운용 중인 차동호 KB자산운용 매니저는 “NFT 자체는 대단한 기술력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엑셀 프로그램 잘 쓴다고 모든 회사가 마이크로소프트는 아니듯이 결국 ‘NFT를 활용해 어떤 경제적 해자를 구축할 수 있느냐’를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금 시장 경쟁력을 갖춘 빅테크나 콘텐츠 회사가 NFT 사업도 잘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예컨대 미국 아마존은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 NFT 시장이 커지면 어딘가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가공하기 위해 아마존에 대한 수요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몸집이 너무 작거나 변동성이 심한 종목은 피하는 게 투자 위험을 줄이는 길이다. 최 매니저는 “시가총액 1조원이 안되거나 1년 기준으로 코스피지수보다 변동성이 두 배가 넘는 종목은 되도록 배제한다”고 했다.

NFT 발행 기반 이더리움 가격도↑

NFT 관련주를 찾아 헤매는 대신 NFT에 직접 투자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직접 발행(민팅)하거나 미리 발행된 NFT를 산다는 얘기다. 댑레이더에 따르면 전 세계 NFT 거래액은 2018년 3676만달러에서 2020년 6683만달러, 올해는 3분기까지 106억7000만달러로 폭증했다.

투자할 만한 NFT는 어떻게 골라낼 수 있을까. 미국의 대표적 디지털 마케팅 기업 바이너미디어의 게리 바이너척 대표는 ‘믿을 만한 개발팀이 해당 NFT 프로젝트를 만들었는지, 해당 프로젝트를 만들고 작동시키는 모임, 즉 커뮤니티가 활발한지’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NFT 기반이 되는 암호화폐 역시 투자처다. NFT 시장이 커지면 덩달아 수요가 늘어나고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대부분의 NFT는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다. 업비트에 따르면 이더리움 가격은 최근 석 달간 24%가량 올랐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이더리움은 NFT의 핵심 기반”이라며 “최근 메타버스 흐름과 맞물리면서 국내외 굴지의 기업들이 계속해서 NFT 사업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기 때문에 이더리움 상승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