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휘청이고 있다. 지난 26일 유럽 주요국 증시는 4% 안팎의 폭락세를 보였다.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도 2%대 하락률을 나타냈다. 이날은 미국에서 가장 큰 폭의 세일 시즌이 시작되는 날인 블랙프라이데이였다. 오미크론 확산 소식에 글로벌 증시가 폭락세를 보이며 ‘검은 금요일’이 돼버렸다. 상황이 악화되면 미국 중앙은행(Fed)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늦출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증시 폭락…美 국채에는 뭉칫돈

이날 뉴욕증시에서 3대 지수인 다우지수(-2.53%) S&P500지수(-2.27%) 나스닥지수(-2.23%)는 모두 급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지난해 10월 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3대 지수의 하락폭이 1950년 이후 역대 블랙프라이데이 가운데 가장 컸다”고 했다.

경제활동 재개 관련주인 금융, 여행, 에너지주가 5~10%씩 폭락했다. 미국의 대표 은행주인 웰스파고(-5.61%)와 뱅크오브아메리카(-3.93%)가 크게 하락했다. 항공·여행 업체인 유나이티드항공(-9.57%)과 익스피디아(-9.5%) 주가는 10% 가까이 폭락했다. 이날 월가에서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28.62로 전날보다 54% 폭등했다.

반면 안전자산인 채권과 금에는 뭉칫돈이 몰렸다. 이날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연 1.48%로 16bp(bp=0.01%포인트) 하락했다. 채권 가치가 그만큼 뛰었다는 의미다.

올 들어 6.56% 하락하며 맥을 못 추던 금값도 상승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날에 비해 0.45% 오른 트로이온스당 1792.30달러에 거래됐다. 금값은 장중 한때 트로이온스당 1816.30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Fed, 테이퍼링 재고하나

다우 13개월 만에 최대 급락…Fed '테이퍼링 시계' 늦추나
시장은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만큼 Fed가 기존의 긴축 기조에서 완화 기조로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물가 상승에 따른 긴축 압박을 받고 있는 Fed는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면 상품 수요 감소, 유가 하락 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를 다소 덜 수 있다.

월가 관계자는 “새 변이 바이러스 출현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진 만큼 다음달 14~15일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파월 의장이 얼마나 시장을 지원하는 결정이나 발언을 할지가 중요하다”며 “이달 시작된 테이퍼링을 연기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Fed의 내년 6월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하루 만에 17.9%에서 46.3%로 뛰었다. 피터 챗웰 미즈호인터내셔널 전략가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세계 주요 중앙은행의 긴축이 6개월가량 늦춰질 수 있다”며 “하지만 기존의 높은 물가 상승률 때문에 다른 완화책을 내놓기보다 금융시장 안정을 유지하면서 관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미국 증시 조정 커질 수도”

앞으로 2주 동안은 미국 증시가 혼란에 빠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등 기존 코로나19 백신이 오미크론 변이에도 효과가 있는지 밝혀지려면 최소 2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소워비 앙코라어드바이저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증시는 1년 가까이 10% 이상 조정을 받지 않고 올라왔지만 앞으로 조정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크게 떨어진 주식을 저가에 주워담을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투자자문사 캐피털웰스플래닝의 케빈 심슨 설립자는 “투자자들이 좋은 주식을 살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셰브런, JP모간, 골드만삭스 등을 매수할 계획”이라며 “아마존, 타깃, 월마트, 로우즈, 홈디포 같은 대형 소매 유통업체도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맹진규 기자/뉴욕=김현석 특파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