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병언 기자
사진=김병언 기자
삼성전자와 셀트리온 주주들은 연중 내내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연초 최고점을 찍은 주가가 계속 미끄러지면서 손실을 온 몸으로 받아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반등할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인고의 투자를 지속해왔습니다.

간절한 소망은 예상보다 일찍 찾아왔습니다. 최근 두 종목 모두 큰 호재가 나왔습니다. 셀트리온은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가 유럽에서 정식 허가를 받았습니다. 삼성전자는 마침내 반도체 업황이 회복한다는 시그널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반짝 상승에 그쳤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24일 장중 7만6200원까지 올랐지만 다시 7만원 초반대로 떨어지며 이번주를 마감했습니다. 셀트리온은 치료제 허가 후 첫 거래일(15일)에 9% 올랐지만 이튿날 바로 하락세로 전환했습니다.

하락의 중심에는 연기금이 있었습니다. 최근 1달 연기금은 삼성전자를 4130억원 순매도했습니다. 최근 3개월 순매도액은 1조5727억원에 달합니다. 외국인이 2주 전부터 매수세로 돌아섰지만 연기금의 매도세를 이겨내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셀트리온에도 매도 폭탄을 퍼부었습니다. 최근 1달 순매도액이 1048억원으로 연기금 순매도 3위 종목이 됐습니다.

소액주주들은 연기금의 매도세가 공매도보다 더 뼈아프다고 토로했습니다. 반등을 앞둔 결정적인 순간에도 멈추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 주주는 “이제 오르는가 했는데 연기금의 매도 때문에 시세를 낼 타이밍을 놓쳤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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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주주들은 ‘공매도 결탁설’까지 제기합니다. 작정하지 않고서는 이렇게 팔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한 소액주주는 “9월 1일부터 11월 26일까지 58거래일이 있었는데 연기금은 52거래일 동안 셀트리온을 팔아치웠다”고 했습니다.

연기금의 매도가 논란이 될 때마다 모든 비난은 국민연금이 받아왔습니다. 연기금에는 우정사업본부,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 다른 기관도 있지만 국민연금이 투자분의 9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은 매번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개별 종목을 직접 매매하지 않는데,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종목을 사고파는 것처럼 오해를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개별 종목 매매 대부분을 위탁운용사에 맡깁니다.

삼성전자와 셀트리온의 매도 물량도 의도적으로 나오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는 과정에서 기계적으로 팔았거나, 일부 위탁운용사가 매도한 물량이 잡혔을 것입니다. 다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 주주들은 개별 종목에 대한 매도 중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직접 종목을 매매하지 않았더라도 소유 주식에 대한 책임을 국민연금이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개인 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일말의 완급 조절도 없는 막가파식 매도 전략을 고집하고 노출시키는 것은 외국인과 기관에 강력한 저가 매수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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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