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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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미뤄졌던 부산의 효원성년제가 11월 3일 열렸다. 부산대가 주최하는 이 행사는 매년 5월 셋째 월요일 ‘성년의날’을 즈음해 열리는 전통 성년식이다. 지난해에는 온라인으로 치러졌으나 올해는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조치로 뒤늦게나마 대면 행사로 열 수 있었다.

‘갓’은 남자가 쓴다는 인식 남아 있어

지난 여름 도쿄올림픽에서 양궁의 안산 선수는 3관왕에 오르며 코로나19에 지쳐 있던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언론은 그의 활약을 ‘스무 살 안산, 도쿄에 우뚝’ ‘약관의 안산, 올림픽 신화를 쏘다’ 식으로 전했다.

‘성년의날’은 스무 살, 즉 만 19세가 돼 성년이 되는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우리나라는 2011년 ‘성년’ 기준을 만 20세에서 19세로 낮췄다. 만 19세 미만은 ‘미성년자’로 구별된다. 일상적으로나 법률적(소년법)으로나 ‘소년’이라고 할 때는 이들 미성년자를 가리킨다.

안산 선수는 2001년생이니 올해 만 20세, 우리 나이(세는나이)로는 스물한 살이다. 언론에서 그를 스무 살이라고 한 것은 물론 만 나이로 칭한 것일 터이다. 문제는 일상에서 나이를 말할 때 보통 세는나이로 하기 때문에 그로부터 오는 인식상의 괴리가 있다는 점이다. 가령 스무 살부터 성년으로 치는데, 그는 올해가 아니라 작년에 이미 성년이 된 것이다.

여자 선수인 그에게 ‘약관’이라 한 것도 어색하다. 약관(弱冠)은 스무 살을 달리 이르는 말이다. 《예기》 곡례편(曲禮篇)에서, 공자가 스무 살에 관례를 한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20세가 되면 약(弱)이라 하며 비로소 갓을 썼다. 갓을 쓰는 나이가 됐지만 아직은 약하다는 뜻이다. 요즘은 쓰임새가 넓어져 ‘젊은 나이’를 나타내기도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그는 20대의 약관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용례가 보인다. 다만 이 말을 여자에게 쓰는 것은 아직 어울리지 않는다. 말의 유래가 된 ‘갓을 쓰는’ 일은 남자가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여자 나이 스무 살엔 ‘묘령’ ‘방년’ 어울려

스무 살 안팎의 여자 나이를 일컫는 말에는 ‘묘령(妙齡)’이나 ‘방년(芳年)’이 있다. ‘묘할 묘(妙)’ 자는 말할 수 없이 빼어나고 훌륭한 것을 뜻한다. ‘계집 녀(女)+적을 소(少)’가 어울린 글자임을 눈여겨봐야 한다. 여자이면서 젊은 나이인 것을 알려준다. 이런 ‘묘’ 자를 엉뚱하게 해석해 ‘묘령’을 정체를 잘 모르겠거나, 나이를 추정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잘못 쓰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한다. 말의 유래를 알고 나면 용법을 정확히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방(芳)’은 ‘풀 초(艸)+모 방(方)’, 즉 꽃의 향기가 널리 퍼지는 것을 나타낸 글자다. 방년은 ‘꽃다운 나이’라는 뜻인데, 예부터 여자 나이 20세 전후의 한창때를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방명(芳名)’이라고 하면 꽃다운 이름이라는 뜻으로, 남의 이름을 높여 이르는 말이다. 국어사전에서는 ‘방년 십팔 세/방년 스물의 꽃다운 나이/방년의 처녀’ 등을 용례로 올려놓아 ‘방년’이 딱히 특정한 나이에만 쓰이는 게 아님을 보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방년’을 꼭 여자에게만 써야 할지는 다소 논란이 있다. ‘꽃답다’라는 말이 요즘 ‘꽃다운 청춘’ ‘꽃다운 청년’ 같은 데서처럼 남자에게도 쓰이기 때문이다. 결국 ‘방년’은 글자 그대로의 뜻으로만 본다면 남녀 공통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우리의 언어관습상 이 말을 주로 여자를 가리키는 데 써왔기 때문에 이를 남자에게 쓰면 좀 어색한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