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의 주가가 이례적으로 5% 넘게 오른 날에도 개인 투자자들은 순매도에 집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부터 최고가 행진을 벌이던 삼성전자가 올 1월 9만원을 넘기자 개인 투자자들은 '10만전자'를 기대하며 주식을 사들였다. 하지만 연말이 다가오도록 주가가 10만전자는커녕 7만원선조차 위협받는 처지가 되면서 개미들이 매도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10시38분 현재 삼성전자는 전일과 같은 7만4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5.20% 급등한 7만4900원에 장을 끝냈다. 이는 올 1월 8일(7.12%) 이후 10개월 만에 기록한 최대 상승폭이다. 국민주 겸 대장주의 약진으로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1.42% 오른 3013.25에 마감, 14거래일 만에 3000선을 되찾았다.

주가가 모처럼 급등한 날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을 대거 내다팔았다. 지난 22일 투자자별 수급 동향을 보면 외국인과 기관이 하루 동안 각각 4261억원, 2236억원 사들인 반면 개인은 무려 6456억원 순매도했다. 개인 상당수가 보유 주식에 대한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다.

개인 매도세 조짐은 이달 들어 이미 포착되고 있었다. 22일 기준 개인은 1조594억원 순매도를 기록, 월간 순매수로 돌아섰다. 작년 11월(-1조1064억원) 이후 1년 만의 월간 순매수 전환이라는 점은 삼성전자를 직면한 투자자들의 태도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올 9월 말 기준 삼성전자의 소액주주 수는 519만명에 이른다. 작년 말(215만명) 대비 141%나 불어난 규모다.

삼성전자 주가가 7만~8만원선을 답보하자 투자자들은 엔비디아 등 해외 반도체종목으로 시선을 옮긴 모습이다.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이달 들어 순매수 결제 1위사에 이름을 올렸다. 총 3억3314만달러(약 3958억원) 규모 자금이 엔비디아에 쏠린 것이다.
엔비디아는 올 3분기 시작 발표를 즈음해 주가가 상승동력을 얻으면서 한 달간 주가가 45%가량 뛴 기업이다. 테슬라(3억2936만달러)와 리비안(2억3453만달러) 등 시장의 핫한 종목들을 전부 앞질렀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삼성전자를 두고 외국인·기관과 개인의 엇갈린 행보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주가가 보합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기다림에 지치니 개인 투자자들이 때를 맞춰 '본전치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삼성전자에 대거 신규 유입된 만큼 개인 투자자들 대부분이 코스피 3000선, 주가 7만원선 이상에서 주식을 샀을 것"이라며 "작년 12월부터 올 10월까지 줄곧 순매수세를 보여왔지만 응답이 없지 않았느냐. 개인은 본전이 돌아올 때 매도 압력이 크고 외인과 기관은 저가 분할매수 동기가 크게 작용해 오히려 사들이는 양상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 센터장은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는 만큼 펀터멘털에 큰 변화나 분기점이 없는 이상 연말까지 삼성전자 주가를 두고 투자자별 상반된 수급 행보가 유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