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빌라라고 하면 고급 주택이나 리조트를 일컫는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빌라가 서민 주택으로 통용된다. 아파트에 비해 매매가격이 저렴하고 주거 여건도 상대적으로 불편하기 때문에 빌라는 늘 아파트보다 홀대 받아 왔다. 특히 과거 연립 등의 형태로 구축 주택 위주로 빌라 시장이 형성돼 젊은 층에게 선호도가 적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대출 규제 등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빌라 투자가 내 집 마련을 하고 싶은 MZ(밀레니얼+Z) 세대의 눈길을 끌고 있다.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이 필요한 데다가 폭락 리스크에서도 비껴가 있기 때문이다.
 MZ세대 눈길 끈 '빌라'의 숨은 매력은
서울 빌라 거래량, 아파트의 2배 육박
빌라 인기는 서울 지역에서 특히 높다.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지역 10월 빌라 거래량은 3516건으로 아파트의 1911건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이는 올해 1월 서울 빌라가 5857건 거래되고 아파트는 5796건 거래돼 거의 비슷했던 추이와 비교하면 대폭 변화한 것이다. 특히 불과 1년 전만 해도 11월 기준 빌라가 4362건 거래되고 아파트가 6365건으로 오히려 거래량이 많았던 것과 비교하면 거래 역전현상이 일어났다.
각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최근 ‘금평구’로도 불리고 있는 은평구가 특히 빌라 거래가 많았다. 뉴타운으로 시작된 아파트 입주가 마무리되고 빌라들이 속속 재개발 대상에 포함된 요인이 컸다. 은평구의 경우 올해 10월 기준 빌라 거래 물량이 368건에 달해 서울 전체 물량의 10%가량을 차지했고 아파트 거래 86건의 4배를 넘었다.
서울에서 가장 노른자 땅으로 꼽히는 강남구는 아파트 거래 물량이 빌라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10월 기준 아파트 거래량은 212건으로 빌라 거래량의 83건을 훌쩍 상회했다. 반면, 강북구는 빌라 거래량이 206건이었지만 아파트는 27건 거래에 그쳤다.
서울 강북구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노·도·강(노원구, 도봉구, 강북구)의 경우 서울에서도 저평가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값이 석 달새 몇 천만 원씩 올라 아파트 대신 투자 대체재로 빌라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특히 서울시의 재개발, 재건축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빌라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거주용으로 찾는 수요자들도 있지만 재건축으로 아파트가 될 수 있는 조건이 되는 구축 빌라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 매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MZ세대 눈길 끈 '빌라'의 숨은 매력은
다 같은 빌라가 아니다, 현명한 투자법은
전문가들은 빌라를 구입할 때도 여러 요건을 따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직주근접(도심 접근성이 좋은 지역을 노리기) ▲역세권(신혼부부가 선호하는 역세권 빌라에 투자하기) ▲경매 취득(빌라를 법원 경매로 저렴하게 취득하기) ▲급매물(시세보다 싸게 나온 급매물을 노리기) ▲신축 주택(위치 좋은 신축 주택에 투자하기) ▲강남권 투자(아파트와 갭이 많이 나는 지역을 노리기) 등이 주요 고려사항이다. 또 입지 등 요건 외에 자금조달 계획이나 세금 문제도 생각해봐야 한다.
빌라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주거지역에 대한 개념도 생각해야 한다. 향후 재건축을 하게 되면 주택 가치 변화가 크기 때문이다.
1~3종 주거 지역에 따른 특성과 건폐율, 용적률 등을 감안해야 하면 근린생활시설의 경우 투자 가치를 꼼꼼하게 따져보는 게 좋다. 또 재건축 때에는 현재 집 크기보다는 대지지분이 매매가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 점도 고려해야 한다.
빌라의 장점으로는 2000만~3000만 원 전후 소액으로 투자를 할 수 있다. 소위 말하는 갭 투자다. 또한 손품과 발품을 판다면 역세권과 학세권 주변의 물건을 매수할 수 있다.
취득 시 적은 세금이 강점이다.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세가 시행되고 있지만 아파트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빌라는 취득세가 중과돼 부담이 덜하다. 또한 공시가 1억 원 이하 빌라는 다주택자 및 법인이 취득해도 취득세가 중과되지 않는다. 단, '도시 및 주거 환경 정비법' 제21조 제1호에 따른 정비 구역으로 지정·고시된 지역은 제외다.
특히 부동산 전문가 황성수 더 키움 에듀 대표는 “부동산 가격보다 가치를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부동산의 3대 특징으로 부동성, 부증성, 영속성을 꼽았다. 먼저 부동성이란 부동산이 특성상 고정돼 있을 뿐 움직이지 않는다는 특성이다.
투자자인 사람이 움직이면서 현장을 조사하는데 이를 임장 활동이라고 한다. 부동산은 외부 영향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데, 특이한 것은 집값이 오르더라도 모든 지역이 동반 상승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일정 지역에 한정돼 부동산 값이 오르는데 이는 국지성이라고 한다. 이러한 부동성, 국지성 때문에 부동산의 입지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통상 집값의 70%는 가구 수, 브랜드 등 개별 요인이 아닌 지역적 특성인 입지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부증성은 부동산이 생산비를 투입하더라도 물리적 절대량이 증가하거나 재생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지가 상승 등 부동산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된다. 영속성은 부동산이 오래 사용하거나 시간이 경과된다고 소모 또는 마멸되지 않는다는 특성이다. 특히 토지는 감가상각이 배제되고 수익성 및 유용성이 영속적이다.

수억대 빌라 매매 다수…리스크도 확인해야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부동산 정보 서비스에 따르면 서울시 신축 빌라 중 매매가 3억 원이 넘는 곳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억 원 미만의 경우 25년 이상 된 구축이나 주차가 불가능한 경우 등의 매물이 많았다. 불광역 역세권 매물의 한 빌라는 전용면적 68㎡에 엘리베이터도 없는 4층 물건인데도 재개발 호재로 6억 6000만 원에 매물이 나왔다. 이 빌라는 지난 2018년까지만 해도 2억 원대 초반에 거래되는 물건이다.
청담동의 전용면적 44㎡ 빌라는 건축된 지 25년이 넘었는데도 9억 5000만 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청담동의 경우 면적과 연한을 막론하고 6억 원 미만의 매물은 찾아볼 수 없었다.
빌라는 적은 투자비용으로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부동산이다. 적은 비용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빌라 투자에도 리스크가 있다고 조언한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 수석연구원은 “아파트에 비해 환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빌라의 매수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대출 규제로 인해 가격 부담이 덜한 빌라 투자가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빌라에 투자해야 한다면 역세권 재개발 등의 이슈가 있는 지역에 투자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정부 주도의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곳에서 투자나 실거주 목적의 매수는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