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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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9일 우리는 제20대 대통령을 뽑기 위해 투표장에 나갑니다. 여러 후보 중에서 가장 많이 득표한 한 명이 대통령이 됩니다. 정당들은 서로 대통령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 겁니다. 우리는 왜 선거를 통해서 주권을 대리할 사람(의원이나 대통령)을 뽑을까요? 정당들이 돌아가면서 대통령을 하거나, 그냥 제비뽑기식으로 선출하면 안 될까요?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지요?

대의민주주의

오늘날의 선거는 제비뽑기에서 시작됐답니다. 고대 그리스의 작은 도시국가 아테네는 ‘자유인’이라는 시민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했습니다. 인구 규모와 도시 크기가 작았기 때문에 자유인들이 직접 정치, 경제, 사회 현안들을 토의하고 결정했어요. 이것을 직접민주주의라고 합니다. 도시와 인구가 커지자 아테네는 대표자를 선출하기 시작했어요. 방식은 제비뽑기였어요. 뽑힌 사람들은 임기 1년 동안 나라의 크고 작은 일을 직접 결정했다고 합니다. 제비뽑기는 후보자 간 다툼도 적고, 기회도 공평했죠. 하지만 제비뽑기는 누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단점이 있었어요. 시민을 대표할 만한 지력과 판단력을 갖지 못한 사람이 대표가 될 가능성도 있었죠.

사람과 제도는 오류에서 배우는 법이어서 제비뽑기는 오늘날과 같은 선거로 진화했습니다. 국민의 대표가 되려는 자들이 공개적으로 나와서 “저를 뽑아 주세요”라고 호소하고, 유권자는 그중에서 가장 일을 잘할 것 같은 후보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주권을 대리할 사람을 뽑아서 나랏일을 맡기는 것, 이것을 우리는 대의민주제도, 혹은 간접민주주의라고 부릅니다. 지역민은 자기 지역을 대표할 의원을 뽑아서 중앙무대인 의회로 올리고, 대통령 같은 최고 통치자를 뽑는 거죠.

선거는 대리인을 벌하는 제도

선거는 대리인을 뽑기 위한 제도만은 아닙니다. 대리인이 잘못할 경우 다른 대리인으로 대체하는, 즉 폭력 없는 민주적 처벌 기능을 합니다. 유권자들이 다른 당의 의원을 당선시킨다든가, 다른 당의 대통령으로 바꿔버린다든가 하는 것이죠. 책임정치를 구현하는 제도가 바로 선거랍니다.

정당들은 권력을 잡기 위해 존재합니다. 권력을 가져야 정당들은 정책과 사상을 펼쳐 보일 수 있거든요. 권력이 없으면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 없답니다. 정당들이 사활을 걸고 선거운동을 하고 다수당이 되려는 이유죠.

정당은 언제 생겼을까요? 역사적으로 정당보다 의회가 먼저 생겼다고 합니다. 의회는 13세기쯤 영국에서 나타났습니다. 의회의 초기 모습은 영국 왕에 항의하는 귀족들의 모임이었습니다. 왕들이 정복전쟁 비용을 귀족 등에게 물리자 귀족들이 대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귀족 중심이었으나 14세기쯤 지역 대표나 서민층 등이 모임에 합류했습니다. 이들은 “왕이 세금을 걷으려면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후 의회는 왕위 계승 문제를 놓고 두 파로 갈렸습니다.

현재 영국 보수당의 전신인 토리(Tory)당과 노동당의 할아버지 격인 휘그(Whig)당이 생긴 겁니다. 토리당은 종교와 상관없이 왕의 혈통만 맞으면 된다고 했고, 휘그당은 영국 국교도가 아닌 왕은 왕이 아니라고 격렬하게 맞섰지요. 토리는 아일랜드 산적을, 휘그는 스코틀랜드 말 도둑을 일컫는 욕이었지요.

영국 보수당과 노동당

시간이 흘러 19세기에 이르면 산업혁명 속에서 시민의식에 변혁이 일어납니다. 정당도 변해야 했지요. 1830년대 토리당은 보수당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휘그당 역시 자유당을 거쳐 노동당으로 변했습니다. 영국 의회가 보수, 진보로 재정렬한 셈입니다. 보수는 사회의 점진적 변화를, 진보는 급진적 변화를 추구하는 형태를 띠었습니다. 보수당과 노동당이 서로 대립만 한 것은 아닙니다. 보수는 진보 쪽에서, 진보는 보수 쪽에서 영양분을 흡수하며 함께 발전했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 보수당은 산업혁명과 함께 새롭게 등장한 공장주, 상인, 전문직 같은 중간계급의 투표권 요구를 휘그보다 먼저 수용하는 선거법 개혁을 단행했습니다. 보수당은 또 지지층인 지주계급이 찬성하는 ‘곡물법(싼 곡물 수입을 금지하는 법)’을 폐지하는 조치도 실행했습니다. 사회주의 색채가 강한 노동당도 노동개혁, 시장제도를 적극 수용했습니다. 경제 여건상 시장친화적 정책이 필요하면 노동당도 보수당의 정책을 받아들였죠.

한국 정당은 변신의 귀재?

영국의 의회·정당 제도는 미국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 제도는 훗날 대한민국이 건국될 때 한반도로 수입되죠. 미국 의회는 공화당과 민주당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다른 정당이 존재하지만 미국 국민들이 외면해서 두 정당이 미국을 운영합니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19세기 이후 거의 200년간 한 번도 이름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입니다. 유권자의 선택은 공화당과 민주당을 오갑니다. 국정 운영을 잘하면 밀어주고, 못하면 바꿔 버리죠.

우리나라 역사에선 조선 선조 때 사색당파(동·서·남·북인 파벌)와 영조 때 붕당이 나타납니다만, 근대 정당은 1948년 8월 건국 이후에 나타납니다. 자유당과 민주당이 그것이죠. 이후 정당들은 이름을 수시로 바꿔가면서 생존했습니다. 너무 자주 바뀌어서 계보와 역사를 파악하기도 힘들답니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NIE 포인트

① 직접민주주의와 간접민주주의의 차이를 알아보고 대의민주주의와 간접민주주의의 관계를 토론해보자.

②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아테네의 민주정이 어떻게 시행됐는지를 찾아보고 정리하자.

③ 영국 명예혁명 이후 영국 의회가 토리당, 휘그당으로 갈라지게 된 과정을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