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가 다음 정부로 이어질 경우 8년 뒤 국가채무가 2000조원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빚 증가 속도를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복지정책 지출이 고스란히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쌓일 것이란 분석이다. 가파른 나랏빚 증가세를 멈추고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출 감축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숫자로 읽는 세상] "8년 뒤 나랏빚 2000조…이자로만 한해 36조 지출할 판"
국회 예산정책처는 2일 ‘2021~2030 중기재정전망’을 통해 2029년 국가채무가 2029조5000억원을 기록해 20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 9월 예산안을 발표하며 내놓은 정책 등 현 정부의 정책 기조가 계속 이어진다는 것을 가정한 ‘현상 유지’ 시나리오 분석 결과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내년 1072조600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한 뒤 매년 수백조원씩 증가한다. 5년 후인 2026년 1575조4000억원으로 1500조원, 그로부터 3년 만인 2029년엔 2000조원을 넘어선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내년 50.4%에서 2025년 61.0%를 기록해 60%를 처음으로 넘어선 뒤 2028년(71.6%)부터 70%대로 뛰어오른다. 나랏빚이 2000조원을 넘는 2029년엔 국가채무 비율이 75.2%를 기록하게 된다.

나랏빚이 증가하면서 정부의 이자 지출 비용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17조9000억원 수준인 이자 지출은 2023년 21조2000억원으로 사상 첫 20조원대를 기록한다. 나랏빚이 2000조원을 넘는 2029년엔 34조원, 2030년엔 36조4000억원을 이자로 내야 한다는 전망이다. 최근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상황이어서 이자 부담이 예상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적자도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난다. 국가 수입에서 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내년 61조9000억원 적자를 기록한 뒤 2026년 85조9000억원으로 적자폭을 키운다. 이는 정부가 올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83조5000억원을 웃도는 수치다. 2029년에는 104조원, 2030년엔 112조원까지 적자가 증가한다.

사회보장성 기금의 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 전망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당장 내년 99조9000억원으로 100조원에 육박하고 2029년엔 150조9000억원까지 늘어난다.

예산정책처는 과도한 나랏빚 증가를 막기 위해선 재정 지출을 줄이고 세금 수입을 확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정부의 재량지출을 매년 감축하는 경우 채무 증가 속도가 약간 낮아진다. 나랏빚이 2000조원을 넘는 것은 2029년이 아니라 2030년(2016조7000억원)으로 1년 늦춰진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법에 명시된 각종 복지지출 등 의무지출은 줄일 수 없기 때문에 채무 증가 속도를 낮추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세금을 더 걷는 방법도 제시됐다. 조세부담률을 2023년과 2026년 1%포인트씩 인상하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2030년이 돼도 채무는 2000조원을 넘지 않는다. 수입이 매년 5% 가까이 늘어나기 때문에 빚을 내지 않고도 지출할 수 있어서다. 지출 감축과 세금 수입 확충을 동시에 추진하면 2030년 국가채무는 1689조3000억원으로 관리되고 통합재정수지는 2029년부터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제시됐다.

강진규 한국경제신문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