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좀체 잡히지 않고 있다는 뉴스입니다. 평균 가격이 12억원을 넘었다는 소식이 놀랍기만 합니다. 지난해 10월보다도 2억원 넘게 올랐습니다. 정부가 아파트 가격을 잡기 위해 26차례나 대책을 내놓았지만,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정부 대책이 잘못됐다는 것이겠지요. 시장은 거짓말을 하지 않거든요.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일반적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공급 부족입니다. 신규 아파트도 매년 꾸준히 시장에 공급돼야 합니다. 수요, 공급곡선에서 배웠듯이 수요가 그대로인 상태에서 공급이 줄어들면 곡선이 왼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가격이 오릅니다. 공급이 줄어드는 이유는 주택사업자들이 집을 짓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유롭게 집을 지어 팔 수 있으면 공급 부족이 장기적으로 나타날리가 없습니다. 서울시와 정부는 재개발, 재건축을 오랫동안 묶어 놓았습니다. 노후 주택을 헐고 좋은 아파트를 지어 공급하기 어렵습니다. 분양가 상한제 때문에 주택사업자들이 집짓기를 꺼립니다. 취득세, 양도세가 너무 높아서 집을 사고 팔기 어려운 것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시장은 유통입니다. 사고파는 것이 활발해져야 집 공급도 늘어나는 법이죠. 서로 사고팔지 않으니 새 주택도 지어 팔지 않는 것입니다.

주택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통화량입니다. 돈이 많이 풀려 있으면 그 돈으로 서로 집을 사려는 수요가 발생합니다. 이것을 자산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지금 시중에는 엄청나게 많은 돈이 풀려 있습니다. 이 돈들이 갈 곳은 부동산 시장입니다. 주식시장이 불안하고, 여타 투자상품에 위험이 많으면 부동산은 안전자산이 됩니다. 지난 30년간 부동산 가격과 통화량 사이의 관계를 비교해보면, 통화량이 는 만큼 주택가격이 상승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거의 쌍둥이 곡선입니다. 통화량이 10배 늘면 주택가격도 10배 뛰었다는 뜻입니다. 돈이 흔해지니까 돈의 가치가 그만큼 떨어지고 가치가 떨어지니까 실물자산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런데도 정부는 통화량 억제보다 통화량을 더 늘리고 있고, 공급 규제를 풀기보다 더 조이는 대책을 내놓고 있으니 아파트 가격이 어떻게 잡히겠습니까? 지금 아파트 시장은 집을 팔 수 없는 지경입니다. 세금이 워낙 높아서 팔겠다고 내놓은 사람이 없습니다. 시장이 얼어붙으니 공급은 더 줄어드는 것이죠. 결국 주택가격은 시장에 맡겨 놓는 것이 좋습니다. 정부가 개입한 결과가 가격 인상이라는 겁니다. 일시적인 가격 상승이 고질적인 가격 상승으로 변질된 상태입니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