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갑작스런 캐나다의 매파 전환…놀란 월가 "Fed도?"
27일(현지시간) 아침 캐나다중앙은행의 갑작스러운 통화정책 변경이 뉴욕 금융시장을 뒤흔들었습니다.

캐나다중앙은행은 오전 10시께 통화정책회의를 마치고 채권매입을 즉시 종료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양적완화(QE) 차원에서 매주 20억 캐나다 달러 규모로 사들이던 걸 끝낸 겁니다. 시장은 12월 채권매입 종료를 예상하였는데 급하게 종료시킨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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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지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로 18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는 등 인플레이션 불안이 커진 탓입니다. 캐나다중앙은행은 성명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예상보다 더 강하고 지속적"이라고 인정했습니다. 또 주요 부문의 노동력 부족과 생산 부족, 물류 병목 현상을 지목했고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이런 물가 불안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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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는 0.25%로 동결했습니다. 하지만 티프 맥클렘 캐나다중앙은행 총재는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리 금리 인상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첫 금리 인상 시기를 내년 하반기에서 내년 중순으로 앞당겼습니다. 이에 캐나다 국채 2년물 금리는 이날 20bp(1bp=0.01%포인트) 이상 급등해 연 1.06%를 기록했습니다. 3주 전 연 0.53%에서 두 배가 된 것이죠. ING는 캐나다중앙은행이 내년에 두 번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봤던 것을 세 번 인상으로 바꿨습니다.

이런 결정이 알려지자 뉴욕 채권시장에서 2년물 등 단기물 금리는 급등하고 10년물 등 장기물 채권 수익률은 급락했습니다. 10년물 금리는 한 때 연 1.51%까지 떨어졌습니다. 지난 주 1.70%까지 올랐던 것을 감안하면 큰 폭의 하락입니다. 30년물은 2%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반면 2년물은 0.,5%를 넘었습니다. 2년물 금리는 기준금리 움직임을 반영하며, 장기물은 경제 성장 및 인플레이션을 반영합니다.채권 트레이더들이 미 중앙은행(Fed)도 캐나다처럼 기준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죠. 금리를 올리면 물가는 잡겠지만 경기도 둔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익률 곡선 평탄화는 통상 그런 신호로 해석됩니다. 그 시각 플러스 상태이던 뉴욕 증시의 S&P500 지수가 급히 마이너스권으로 꺾어진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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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관계자는 "지난 9월 4.4%로 오른 물가에 캐나다가 급하게 QE를 종료하고 내년 중반부터 금리를 올리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는 그보다 높은 5.4%다. Fed가 지금은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은 별개라고 우기지만 캐나다를 보면 내년 하반기에 올릴 수밖에 없지 않겠냐. 시장은 이미 내년 하반기 두 번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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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뿐만이 아닙니다. 영국 영란은행은 다음 달 기준금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는 최근 "물가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행동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영국은 이날 국채 발행량을 줄이겠다고 발표해 10년, 30년 등 영국 국채 금리가 급락했습니다. 이날 호주에서도 3분기 근원 CPI가 2.1%로 나와 6년 만에 처음 호주중앙은행의 물가 목표(2∼3%)에 도달했습니다. 이에 따라 호주 국채 3년물 금리가 폭등하면서 연 1%를 넘기도 했습니다. 앞서 호주중앙은행은 근원 CPI가 2023년 중반까지 2%에 도달하지 않으리라고 봤었습니다.

채권시장이 미국 경기 전망을 점점 더 어둡게 보는 가운데, 28일 아침 발표될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발표를 앞두고 부정적 소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날 발표된 9월 내구재 수주는 전월보다 0.4% 줄어들어 5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8월 내구재 수주는 1.8% 증가에서 1.3% 증가로 하향 조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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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9월 미국의 수출은 7개월 만에 처음 감소했습니다. 이에 따라 9월 상품 무역 적자는 전달보다 81억 달러 늘어난 963억 달러로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수출이 줄어들었다는 건 GDP 감소 요인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경제 지표가 나온 뒤 3분기 GDP 추정치를 2.8%에서 2.75%로 낮췄습니다. 현재 월가 컨센서스는 골드만삭스와 비슷한 2.7~2.8% 수준입니다. 하지만 애틀랜타연방은행의 GDP나우는 3분기 GDP 성장률 추정치를 0.2%까지 떨어뜨렸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대폭 낮게 나오면 공급망 혼란 문제가 상당 기간 경기에 타격을 줄 것이란 시각이 강화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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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에는 Fed가 중시하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발표됩니다. 9월 근원 PCE는 전월보다 0.2% 오르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8월에는 각각 0.3%, 3.6% 올랐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 11월 2~3일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개최됩니다. 이번 회의에서는 테이퍼링이 발표될 것이란 게 월가 컨센서스입니다. 시작 시점도 11월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물론 제롬 파월 의장은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은 별개"라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할 겁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캐나다, 영국 등을 보면서 경계심을 늦추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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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라이언스번스타인은 "11월 3일 정책 회의의 결론에서 우리는 연준이 테이퍼링의 시작을 발표할 것"이라며 "여기에는 좋은 이유와 나쁜 이유가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좋은 이유는 경제가 팬데믹으로부터 회복됐기 때문입니다. 경제 규모가 이미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2022년에도 추세 이상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더는 QE가 필요 없다는 겁니다.

나쁜 이유는 인플레이션입니다. 물가 상승세가 예상했던 것보다 강하게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태가 이어진다면 소비자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지면서 물가 상승이 굳어질 수 있습니다. '물가 안정'이라는 책무를 지닌 Fed가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겠지요.

Fed의 통화정책 변경은 투자자에게 무엇을 의미할까요?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은 "통화정책 지원은 강력한 금융시장의 핵심 기반이었다. 이런 지원이 약해진다는 것은 앞으로의 길이 험난할 것이라는 걸 의미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현 상황을 보면 통화정책은 정상화가 시작된 후에도 오랫동안 완화적 상태를 유지할 것이다. 금리는 역사적으로 여전히 매우 낮고 중앙은행이 인상을 시작한 뒤에도 낮은 수준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최근 금리 변화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은 여전히 미국의 기준금리가 거의 2년 동안 1% 미만에 머물 것으로 본다는 겁니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은 "이는 어떤 역사적 기준으로 봐도 완화적이다. 게다가 미국의 경제는 이보다 더 높은 금리를 견딜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력하다. 세계 경제가 팬데믹으로부터 회복됐음을 반영하는 더 높은 금리는 경고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하던 국제유가는 이날 다행히 하락했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1.99달러(2.35%) 하락한 배럴당 82.66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미국의 원유 재고가 월가 예상보다 훨씬 많은 426만 배럴이나 증가한 게 하나의 원인이 됐습니다. 또 조 바이든 행정부가 '핵 옵션'을 꺼내 든 것도 유가 하락을 부추긴 요인입니다. 오는 4일 석유수출국기구(OECD)+ 각료회의에서 계획량(매월 하루 40만 배럴 증산)보다 더 많은 양을 증산할 것 같지 않자 이란과의 핵 협상 카드를 쓰기 시작한 것이죠.

이날 이란의 알리 바게리카니 외무부 차관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관계자들과 만난 후 11월 말까지 6개국과 이란 핵합의(JCPOA) 복원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란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핵합의를 폐기하고 일방적 제재를 하기 전까지 하루 200만~300만 배럴을 생산해 수출하던 나라입니다. OPEC 국가 가운데 사우디, 이라크에 이은 3위 산유국이죠.

하지만 에너지 가격이 금세 약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핵협상은 매우 어렵게 진행될 것이고, 긴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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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날 행동주의 투자자 댄 롭이 이끄는 헤지펀드 써드포인트는 로열더치셸의 지분 0.4% 규모(7억5000만 달러)를 매입한 뒤 회사 측에 신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 사업부를 석유사업에서 독립시킬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두 사업부가 탈 탄소화와 관련 서로 다른 목표를 갖고 있다는 겁니다. 회사를 나누면 주주 수익도 개선되고 탈 탄소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도 명확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과연 유전 개발 사업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까요? 미국 최대 석유업체인 엑슨모빌 이사회에도 행동주의펀드 '엔진넘버1'이 2명의 이사 자리를 확보하고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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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걱정거리가 겹치면서 이날 다우는 0.74% 하락하고 S&P500 지수는 0.51% 떨어졌습니다. 다만 나스닥은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의 '환상적' 3분기 실적 발표에 금리 하락까지 겹쳐져 보합세(0.00%)로 장을 마쳤습니다. 특히 대형주로 구성된 나스닥 100지수는 장중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기도 했습니다. 사실 지난 7월부터 나스닥 대형주(주로 빅테크)와 나머지 기술주 간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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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하락이 이어지면 기술주와 나스닥은 계속 오를 수 있을까요? 월가 관계자는 "장기 금리가 좋은 이유(Fed가 산다, 수요가 많다 등)로 떨어질 때는 주식에도 좋지만 나쁜 이유(인플레이션 기준금리 인상 경기 둔화)로 내리면 주식에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모든 건 공급망 혼란에 언제 해결될지에 달려 있습니다. 공급망 문제가 풀리면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기 시작할 것이고, Fed도 완화적 정책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의 공급망 혼란은 3분의 2가 인위적으로 창출된 강한 수요 탓이란 게 골드만삭스의 분석입니다. 이날 미 소매판매협회(NRF)는 올해 11~12월 연말 쇼핑시즌 판매액이 작년보다 8.5%~10.5% 증가해 859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는 2020년 이전 최고 기록인 7773억 달러를 경신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수요가 강하다면 공급망 혼란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날 월가 예상을 넘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코카콜라도 공급망 혼란의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제임스 퀸시 최고경영자(CEO)는 공급망 문제를 두더지 잡기 게임(Whac-a-Mole)에 비유하면서 내년까지도 제품 품귀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Fed가 반도체를 만들어 공급망 혼란을 해결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Fed가 해야 할 건 긴축을 통해 쉬운 돈(easy money)을 거둬들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경기가 좀 둔화하고 수요가 줄어들면서 공급망 혼란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겁니다.

월가에선 점점 더 내년 중반 테이퍼링이 끝난 직후부터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란 베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예상이 현실화한다면 주식 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예측이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