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부산서 무슨 일이"…KT 전국 통신장애 의혹 4가지
지난 25일 전국적으로 발생한 KT의 유·무선 통신장애 사건의 원인에 대해 KT 안팎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8일 구현모 KT 대표가 "부산에 있는 KT 시설에서 망 고도화 작업 중 새 장비를 설치하고 라우팅(네트워크 경로설정)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났다"고 설명하자 KT 직원 일부로 구성된 KT새노조는 "형식적인 분석 대신 모든 전문가와 국민이 납득할 만큼 구체적인 원인 분석을 내놓으라"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부산서 입력한 명령어로 전국 통신망 '마비' 가능한가

28일 구현모 KT 대표와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장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KT 통신장애는 KT의 협력사 직원이 부산에서 망 고도화 작업 중 실수를 해 발생했다.

명령어 한 줄이 문제였다. 새 통신 장비를 설치한 뒤 네트워크 경로설정(라우팅)을 위해 스크립트를 입력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명령어 한 줄을 빠뜨렸다. 이 미완성 스크립트가 전국 통신 장비에 전송되면서 KT 통신망이 마비됐다.

왜 대낮에 발생했나

이 오류는 당일 오전 11시20분께 발생했다. 통상 망 고도화 작업이 트래픽(데이터 전송량)이 많이 발생하는 낮 시간대를 피해 이뤄지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점심시간을 앞두고 네트워크 오류가 발생하면서 음식점·카페를 운영하는 소상공인과 배달 플랫폼, 개인이용자 등의 피해가 잇따라 일어났다.

이에 대해 구현모 KT 대표는 28일 오전 서울 연건동 KT혜화타워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래 야간 작업으로 승인이 났으나 작업자가 주간에 일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같은날 KT 새노조는 "야간작업 승인을 했는데 주간에 작업하다가 전국망이 다운됐다는 해명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며 "누구의 지시로 어느 장비에 대해 어떤 작업을 하다가 전국 통신 불통 사태가 났는지 명확히 설명하라"고 주장했다. 협력사 입장에선 실수를 낼 경우 KT가 구상권 청구 등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KT의 주요 시설에서 사전 조율이 되지 않은 작업을 벌이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사전테스트 하겠다', 대책으로 볼수 있나

통신장비를 새로 설치하기 전에 사전 테스트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장은 "네트워크 장비업체들은 장비 업데이트 전 사전테스트를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며 "트래픽이 많은 시간대에 사전테스트 작업 없이 장비 업데이트를 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구 대표는 이날 통신 장애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며 '장비 테스트베드'를 운영하겠다고 공언했다. 작업 전에 미리 네트워크 전송 등을 시험하는 단계를 거치겠다는 얘기다. 즉 라우팅 업체들이 권장한다는 '사전테스트'다. KT 새노조는 "이는 대책이 아니라 KT가 그간 기본도 하지 않았음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도스 공격 의혹은 어디서 나왔나

KT는 25일 당일 통신 장애 발생 직후 외부의 디도스(DDoS·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원욱 과방위원장은 "KT가 당일 트래픽이 발생해서 섣부른 (디도스 공격 의심) 발표를 한 것 같다"며 "이로써 혼란을 준 것도 KT가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 새노조는 "내부 전문가들은 KT의 보안 수준이 디도스 공격을 착각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대다수"라며 "디도스 공격이라고 발표를 한 과정의 진실도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과기부, 29일 원인 조사 결과 발표

이번 전국 통신 장애 사건에 대해선 과기정통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도 사고 원인을 들여다보고 있다. 네트워크안전기획과에서 총괄 조사를 맡았다. 과기정통부는 29일에 통신 장애 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경찰도 입건 전 조사단계인 내사에 착수했다. 국가수사본부 사이버수사과 1개 팀이 지원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이용자보호과를 중심으로 피해규모 파악에 나섰다. 방통위 관계자는 “오류 현황을 파악하고 있으며, 피해 규모를 확인한 뒤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