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까지 탈원전 정책을 유지한 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80%까지 높이면 전기요금은 지금보다 120% 인상된다.”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유럽연합(EU)의 두 배를 넘는 연평균 온실감스 감축률 목표를 실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이동규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
"탈원전 지속 땐 2050년까지 비용 1500조…전기료 120% 폭등"
정부가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을 27일 확정한 것과 관련해 에너지 전문가들은 잇단 우려를 쏟아냈다. 정부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만 앞세워 무리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기보다 원자력발전 등 기존 에너지원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원전 배제한 에너지믹스 불가능”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2050 탄소중립을 위한 합리적 에너지정책 방향’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선 제조업 비중이 높고, 신재생에너지 자원이 부족해 탄소 감축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데도 정부가 탈원전 기조를 유지하는 등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을 지낸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질서 있는 탄소중립 에너지전환’이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통해 “에너지전환은 한 세기가 꼬박 걸리는 초장기 과제이므로 절대 조급해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생에너지의 점진적 확대는 필요하지만 원전의 계속 운전을 통해 적정 비중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노동석 연구위원은 정부의 현 탈원전 정책이 유지되면 막대한 비용 지출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50년까지 탈원전 정책을 유지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80%까지 높이면 전기요금은 지금보다 120% 인상된다”며 “에너지저장장치 설치, 송배전망 보강 등 누적 비용도 1500조원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2050년까지 에너지전환을 위해 내년 정부 예산(604조원)의 두 배가 넘는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는 뜻이다.

○“국민 부담 비용 정확치 내놔야”

주제발표에 이어 열린 패널 토론에서도 전문가들은 정부가 탄소중립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제대로 점검하고, 국민이 부담해야 할 비용도 정확히 추산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동규 교수는 “감축 여건이 우리보다 좋은 EU조차 연평균 온실가스 감축률이 1.98%인 상황에서 정부 목표가 4.17%로 두 배 이상 높은 것은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들게 한다”고 말했다.

탄소중립 추진에 따른 직접 비용 외에도 산업 위축으로 인한 고용·소득 감소와 물가 상승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철강, 석유화학·정유, 시멘트 등 탄소다배출 업종을 적대시하고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대부분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도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백철우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국고가 300억원만 들어가도 정부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해 비용과 편익을 꼼꼼하게 따진다”며 “탄소중립 정책에는 우리가 감내해야 할 비용추계도 제시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최근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원전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공언한 프랑스도 원전 6기를 추가 건설할 예정”이라며 “리스크를 줄이는 차원에서 원전, 액화천연가스(LNG) 같은 가용수단을 급격히 감소시키거나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이날 세미나 인사말을 통해 “산업 구조가 서비스업 위주인 선진국에 비해 제조업 비중이 높아 탄소 감축에 불리하고, 신재생에너지 자원도 부족하다”며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분석에 기반해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