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부동산 매물이 붙어 있다. /뉴스1
서울시내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부동산 매물이 붙어 있다. /뉴스1
“가계부채 대책이 나온 후 전세 문의가 더 늘었어요. 전세대출이 규제에서 빠지면서 지금 계약을 해야 한다고 세입자들이 판단을 한 것 같아요. 내년엔 상황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서울 사당동 O공인 관계자)

전세대출이 필요한 세입자들은 이번 가계부채 대책을 보고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동시에 마음이 다급해졌다. 전세대출은 정부가 이미 발표한 대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대상에서 일단은 빠졌지만, 내년부터는 총량규제에 다시 포함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만일 가계 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으면 전세대출도 DSR 40% 산정에 포함될 수 있다.

“올해가 전세대출 막차”

27일 금융위원회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실수요자 대출로 꼽히는 전세 대출은 전날 발표한 DSR 규제 대상에서 일단 빠졌다. 다만, 올해 말까지는 은행 등의 대출 총액 증가 한도 계산에서 제외해주지만, 내년부터는 총액 한도에는 포함해 증가세 관리에 들어갈 예정이다. 금융위는 내년에도 가계 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으면 ‘플랜B(예비 계획)’를 가동해 전세 대출도 DSR 40% 산정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내년엔 전세 대출을 포함해 가계 부채 증가율을 4~5%대 선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증가율은 약 7.5%에 달할 것으로 금융위는 전망하고 있다.

이에 더해 내년부터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전세자금대출과 신용대출도 분할상환이 사실상 확대된다. 대출을 받자마자 원금을 나눠 갚도록 은행들이 요구할 거라는 얘기다.
서울의 한 시중 은행 대출 상품 관련 안내문 모습. /연합뉴스
서울의 한 시중 은행 대출 상품 관련 안내문 모습. /연합뉴스
사실상 올해가 전세대출 막차라 여기는 세입자들은 서둘러 전셋집 구하기에 들어갔다. 중개업소들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구 한 중개업소에는 가계부채 대책이 나온 이후 손님이 북적였다. 전날(26일) 하루에만 10여통이 넘는 전화 문의도 걸려왔다. 해를 넘기기 전 하루라도 빨리 전셋집을 구하려는 이들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치동 U공인 대표는 “그동안 주춤하던 세입자들의 문의가 어제부터 다시 급증하자 이달 초 전세 보증금을 5000만원 낮춰 내놨던 집주인이 다시 금액을 높여 매물을 내놓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연말 전셋값 오름세 더 가팔라질 것"

임대차법 시행, 입주물량 감소 등 영향으로 전세가격 상승세는 올해 내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동향에 따르면 지난주 전국 전세가격은 0.1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7월 마지막주 (0.22%) 이후 상승폭은 약간 둔화되고 있지만 연초 대비 7.5%나 올랐다. KB국민은행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 통계를 봐도 7월 6억3483만원에서 9월 6억5365만원으로 계속 상승세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센트럴자이 전용 84㎡의 경우 직전 전세 실거래가가 17억원이지만 현재 호가는 최대 21억원까지 치솟았다. 이달 초 11억~13억원 수준에서 전세 계약됐던 송파구 리센츠 전용 84㎡는 15억원 선에 매물이 나오는 중이다. 마포구 공덕동 공덕파크자이 전용 84㎡의 전세 호가도 직전 거래가에 비해 2억원 가량 뛰었다.

전세시장에선 연말 전세대출 막차 수요가 몰리면서 오름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성동구 금호동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내년에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올해보다 더 적어 전셋값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은 데다가, 대출이 언제 다시 막힐지 모른다는 세입자들의 불안감이 더해져 전셋값 초강세가 나타날 것을 점치는 중개사들도 있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