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 칼럼] '문재인 에너지 리스크' 왜 자초하나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이 월스트리트저널(10월 25일자)에 특별기고문을 썼다. ‘태양광과 풍력이 아프리카에 빈곤을 강요한다(Solar and Wind Force Poverty on Africa)’가 제목이다. 성장을 향해 몸부림치고 있는 아프리카대륙이 서방 국가들의 일방적인 에너지 프레임에 발목 잡혀 있다는 내용이다. “서방 기업과 정부기관들이 지원하는 아프리카 전력(電力) 확충 프로젝트가 태양광과 풍력 일변도다. 그들이 대외적으로 광을 내는 데 요긴할지 몰라도 아프리카 국가들은 불안정한 전력원(電力源)의 포로가 됐다.”

오는 31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막하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를 앞두고 회원국 간 논쟁이 치열하다. 신(新)에너지체계의 골간인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취약성이 논란의 핵심이다. 재생에너지 ‘원조(元祖)’ 지역인 유럽에서 벌어진 최근 사태가 그 심각성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탄소중립 선도 역할을 자임하며 풍력발전 비중을 높여온 서유럽 국가들이 날벼락을 맞았다. 바람이 충분히 불어줘야 풍력발전기가 제대로 돌아가는데 북해 일대 풍속(風速)이 뚝 떨어지면서 연쇄파장이 일어났다.

풍력발전 부족분을 천연가스(LNG) 발전으로 메우려다 보니 LNG 가격이 최고 다섯 배 이상 치솟았고, 전기요금에 반영되면서 난리가 났다. 보다 심각한 문제도 불거졌다. 러시아가 LNG를 지렛대로 서유럽을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사실이 명확해진 것이다. 유럽 전체 LNG 수요의 40%를 제공하고 있는 러시아는 이번 사태 와중에 공급량을 조절해가며 서유럽 국가들의 애를 태우는 ‘완력시위’를 벌였다. 재생에너지에 기댔다가 혼쭐난 곳은 유럽만이 아니다. 수력발전 비중이 높은 중남미는 올해 지속된 가뭄으로 어려움에 빠졌고, 아시아 국가들은 대홍수로 곳곳의 발전소가 멈춰서는 사태가 일어났다. ‘세계의 공장’ 중국과 인도에서는 정전사태가 잇따랐다.

세계 각국을 강타한 ‘에너지 쇼크’는 COP26에 강력한 내용의 ‘2050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내놓기로 한 한국에 두 가지 중요한 교훈을 던져줬다. 첫째, 급속하고 일방적인 신재생에너지 위주 발전계획을 재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유럽에 비해서도 평균 풍력이 훨씬 떨어진다. 햇볕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2050년까지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현재의 6%에서 최고 71%까지 끌어 올린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반면 원자력발전 비중은 작년의 29%에서 6%로까지 낮추기로 했다. 외부 기상조건과 관계없이 하루 24시간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원전과 달리 기상환경 제약을 받는 재생에너지는 전력저장설비(최대 1200조원) 등 보완장치를 가동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게다가 태양광·풍력발전을 하려면 전국의 산과 바다 곳곳에 발전 패널과 터빈을 깔아야 해 어마어마한 환경 훼손이 불가피하다.

낮은 효율과 불안정성, 환경 파괴에 더해 엄청난 비용까지 잡아먹는 에너지계획을 내놓은 데 대한 정부 설명은 “꼭 가야 할 길이며 다른 대안은 없다”는 것이다. 명백한 거짓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에너지 전환 충격을 줄여줄 유용한 발전원(源)으로 원전을 추천하고 있고,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들이 발전효율을 더 높인 소형모듈원전(SMR) 도입 확대에 나섰다는 사실을 손바닥으로 가리려고 해선 안 된다. 한국은 세계 처음으로 SMR을 개발한 최고의 원전기술 보유 국가로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고 있다.

둘째, 더 심각하고 황당한 문제를 돌아보게 한다. 정부가 완강한 탈(脫)원전 정책 강행으로 전력부족 사태가 발생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에서 모자라는 전기를 들여오기로 한 계획(정부합동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이다. 전력부족 대란에 휩싸여 ‘제 코가 석자’ 상태에 빠진 최근의 중국, LNG 공급을 무기로 서유럽 국가들 길들이기에 나설 속셈을 드러낸 러시아의 요즘 모습을 보고도 그런 계획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정부는 성실하고 진지한 설명을 국민에게 해야 한다.

“불리한 문제에선 뒤에 숨고 유리하거나 생색을 낼 때만 전면에 나선다”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행태라는 지적이 있어 왔다. 혼란·충격에 빠진 기업과 국민을 뒤로 한 채 COP26 무대에 올라서서 ‘강력하고 과감한 탄소감축계획’으로 박수 받아보겠다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