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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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포스코 주가가 급락하면서 개미들은 분노를 표출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1등 기업이고 실적이 급증하고 있는데, 주가는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부 주주들은 공매도 공격이 아니라면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포스코는 52주 고점 대비 26~27% 하락했습니다. 저평가 정도를 보여주는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포스코 5.07배, 삼성전자 11.4배입니다. 삼전 주주들은 “애플과 TSMC의 PER은 24배인데, 이런 저평가가 말이되냐”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펀드매니저들의 의견은 다릅니다. 삼성전자와 포스코가 내릴 만해서 내린다는 것입니다. 원인은 종목 자체의 성격에 있습니다. 자산운용사 대표는 “경기순환 종목들은 업황을 타기 때문에 실적을 고스란히 기업가치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포스코는 전형적인 경기 민감주입니다. 업황이 호황일 때 큰 돈을 벌고, 경기가 어려워지면 실적이 자연스레 줄어듭니다. 실제로 펀드매니저들은 초호황기를 앞두고 주식을 팔아치웠습니다. 주가가 실적보다 6개월~1년을 선행해 움직이는 점을 고려한 것입니다.

운용사 대표는 “경기민감주는 PER이 높을 때 사서 PER이 낮아질 때 파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실적이 급증하면서 PER이 낮아질 때는 이미 업황 정점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실적이 최악일 때는 오히려 회복이 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논리는 다른 경기민감주에도 적용됩니다. 금호석유는 12개월 선행 PER이 4.13배지만 주가는 고점 대비 40% 빠졌습니다.
포스코 PER과 주가. PER이 감소하면서 저평가가 심화되고 있지만 주가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자료=와이즈리포트
포스코 PER과 주가. PER이 감소하면서 저평가가 심화되고 있지만 주가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자료=와이즈리포트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뼈대를 이루는 반도체를 경기 민감 업종으로만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주력해온 메모리 반도체도 태생이 경기 민감 업종입니다. 과거 디램 시세에 따라 삼성전자 실적이 적자와 흑자를 오고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민감주 성격이 줄어든 것은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으로 과점 시장이 형성된 이후입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성격이 바뀐 것은 아닙니다. 가격 변동성은 줄었지만 여전히 업황을 타고 있습니다. 실적이 보여줍니다. 2018년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58조8867억원이었습니다. 하지만 2019년 27조7685억원까지 줄었습니다. 2018년 5만원을 넘었던 주가도 3만원대까지 내려갔습니다.

연초 주가가 9만원대까지 오른 것은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찾아올 것이란 기대 때문입니다. 4차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서 ‘처음 보는 실적’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습니다. 예상은 틀렸습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52조6861억원입니다. 주가가 5만원대이던 2018년보다 적습니다. 내년 영업이익도 56조3597억원으로 고점 경신이 어려워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밸류에이션 트랩’에 갇혔다고 말합니다. 주가가 8만원을 회복하고 10만원까지 오르려면, 전고점을 돌파할 만한 동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반도체에 사활을 거는 것도 디램으로는 도약이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운용사 대표는 “사업의 성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실적을 단순 비교해 투자하는 것은 손실의 지름길”이라고 했습니다.

박의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