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둔화된 미국 경기가 지난달부터 완만하게 회복 중이라고 진단했다. 원자재 수요 증가와 공급망 병목 현상, 임금 인상 등으로 인해 물가가 급등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2~3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예정대로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 계획을 발표한 뒤 곧이어 테이퍼링에 착수할 가능성이 커졌다.

Fed는 20일(현지시간) 경기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을 통해 “미국 대부분 지역에서 경제 활동이 완만한 속도로 늘고 있다”고 밝혔다. Fed는 베이지북에서 “일부 지역에선 공급망 붕괴와 노동력 공급 제약으로 인해 지난달 이후 성장 속도가 둔화됐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선 성장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Fed가 지난달 8일 발간한 직전 베이지북에선 “델타 변이 등으로 인해 7월과 8월에 경제 성장세가 다소 완만하게 떨어졌다(downshifted)”고 했다.

고용과 임금에 관해선 직전과 비슷한 견해를 유지했다. 구인 수요는 늘고 있는데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전반적으로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다. Fed는 이번 베이지북에서 “인력 수요가 높아 최근 몇 주간 완만한 속도로 고용이 증가했지만 운송회사와 소매, 제조업 등에선 노동력 부족을 겪었다”고 진단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은 임금을 인상하거나 보너스를 제공하고 일부 기업은 자동화 속도를 늘렸다는 게 Fed의 판단이다.

물가는 미국 대부분 지역에서 크게 오른 것으로 보고됐다. Fed는 “공급망 문제로 재화의 희소성이 커지는 현상이 산업 전반에 널리 퍼졌다”며 “물류망 문제와 노동 제약 등도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철강과 전자부품, 운임 등이 크게 올랐고 비용 증가를 고객에게 전가할 수 있는 기업은 판매가를 인상했다”고 덧붙였다.

Fed는 또 “몇몇 지역에선 앞으로 물가가 높게 유지되거나 더 오를 것으로 예상했으나, 다른 지역에선 12개월 이상 완만한 속도로 물가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고 전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