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진 코빗 대표. 김영우 기자
오세진 코빗 대표. 김영우 기자
▶10월 25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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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비트코인 지금 살까 말까…코인거래소 CEO의 답은?
대한민국 암호화폐 시장의 역사를 책으로 쓴다면, 첫 장에는 이 회사 이름이 나올 것이다. 2013년 7월 문을 연 국내 최초 암호화폐거래소 코빗(Korbit) 얘기다. 코빗은 업비트·빗썸·코인원과 더불어 은행 실명확인 계좌를 확보한 '4대 거래소' 중 하나다. 2017년 9월에는 게임업체 넥슨의 지주회사 NXC에 인수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코빗의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수리했다. 업비트에 이어 당국에 정식 신고를 마친 두 번째 코인 거래소가 됐다.

코빗은 '깐깐한 상장' 정책으로 유명하다. 코빗에 상장된 코인은 66종. 많게는 170개 넘는 종목을 원화마켓에 올린 경쟁사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다. 이런 전략은 '믿음직한 거래소' 이미지를 지키는 데 기여했지만 '손님몰이'에는 도움이 안 됐던 게 사실이다. 코빗의 시장 점유율은 4대 거래소 중 4등이다.

오세진 코빗 대표(34·사진)는 사업자 신고 수리를 계기로 대대적인 '반격'을 결심한 듯했다. 오 대표는 "코인 상장을 늘릴 것"이라며 "경쟁사보다 더 많아질 수도 있다"고 했다. 코빗은 NFT(대체 불가능 토큰),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커스터디(수탁) 등 신사업에도 시동을 걸었다. 그는 "단순한 거래소를 넘어 '블록체인 업계의 실리콘밸리' 역할을 하는 회사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바클레이즈와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서울지점 등에서 일했다. 2019년 코빗 최고전략책임자(CSO)로 합류해 지난해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14일 서울 역삼동 코빗 고객센터에서 오 대표를 만났다.

▶금융시장이 불안한데 비트코인은 뜨겁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등 경제에 위기감을 키우는 이슈가 많아지면서 대체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관투자가 자금 유입이 꾸준히 늘고 있는 점은 2017년 코인 광풍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金)'이란 말에 동의하나.

"지금 같은 때 사면 괜찮은 자산이다. 비트코인에 전 재산을 풀 베팅하겠냐고 물으면 내 답은 '아니오'다. 분산이 중요하고, 괜찮은 대체투자처도 많으니까. 하지만 금과 비트코인 중에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난 '100%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에 얼마나 배분하는 것이 좋을까.

"자산 수준에 따라 다를 것이다. 충분한 노후자금과 부동산이 있고, 10억원 이상 여유자금 굴릴 곳을 찾는 고액 자산가라면 10년을 내다보고 50%까지는 비트코인에 묻어둘 것을 권해볼 수 있다. 나처럼 월급쟁이라면 매달 소득의 5%만 넣어보라고 말한다. 게임 아이템 사거나 저녁에 술 몇 번 마실 돈만 아껴서 '적금 든다'는 생각으로."

▶주식에 비해 암호화폐는 투자에 참고할 만한 정보를 얻기 쉽지 않다.

"코빗 유튜브 채널을 봐달라. 시장 파이를 키우자는 생각에서 상업성을 배제하고 정보 제공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조만간 금융회사 수준에 가까운 리서치(research) 조직을 만들어보려 한다. 보고서를 대중에 무료로 공개하고, 금융권 관계자들을 위한 교육이나 세미나도 마련할 계획이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자료는 어렵고 딱딱할 때가 많다.

"비트코인의 매력이 나처럼 경영 전공한 문과생도 본질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백서(white paper)는 10여장 분량이다. 인터넷을 조금만 찾아보면 완벽한 한글 번역본이 있고 코딩의 의미도 잘 설명돼 있다. 어렵지 않은 기술로 여러 사람을 이롭게 하는 시스템이라는 점에 정보기술(IT) 업계 구루(guru)들도 매력을 느끼고 거금을 투자한 게 아닐까."
오세진 코빗 대표가 14일 서울 역삼동 고객센터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오세진 코빗 대표가 14일 서울 역삼동 고객센터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다른 거래소와 비교해 코빗의 강점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비트코인·이더리움 거래를 가능하게 한 회사이고 '실험 DNA'가 있다. 코빗은 지금도 코인 거래 외에 유튜브, 메타버스, NFT, 스테이킹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런 기술은 기꺼이 돈을 내고 쓸 만큼 발전하진 않았지만 한 번 경험해보면 좋은 것들이다. 투자자에게 '파도를 경계하고 폭풍우를 조심하라'고 주의만 주는 게 아니라 '같이 탐험해보자'며 함께 걷는 파트너가 되고 싶다."

▶거래소들의 최대 현안이던 사업자 신고를 무사히 마쳤다. 후련한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아 어깨가 더 무겁다. 더 많은 투자자에게 코빗을 알리고, 프로모션도 적극적으로 하려 한다."

▶코인 상장에 보수적이었는데, 확대할 계획은.

"당연히 늘릴 것이다.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면 점유율도 개선될 것이라 생각한다."

▶업비트·빗썸·코인원과 비슷한 수준까지 늘리나.

"경쟁사보다 적을 수도 있고, 더 많아질 수도 있다."

▶코빗의 장점으로 평가받던 덕목을 왜 포기하나.

"과거 코빗의 상장 코인이 적었던 것은 옥석을 가릴 눈이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의 눈을 정확히 판단받을 수 있는 기준이 없어서였다. 거래소 시장의 제도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확실하지 않으면 하지 않는다'는 기조가 강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을 보는 주주와 이사회도 '무리하지 말라, 보수적으로 판단하라'는 요구를 많이 했다. 이제 거래소는 당국의 검증과 통제를 받고, 높은 수준의 책임도 져야 한다. 게임이 시작됐으니 게임의 룰을 지키는 범위에서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부실 코인을 걸러낼 자신이 있나.

"부적격 프로젝트까지 통과할 정도로 심사 기준을 낮춘다는 게 아니다. 코빗이 좋은 토큰을 누구보다 빨리 소개할 수 있다는 것을 이용자들에게 보여주겠다."
오세진 코빗 대표(왼쪽)가 지난 4월 NFT 경매 수익금 1억6000만원을 김윤태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장에 전달하는 모습. 코빗은 2013년 한국 암호화폐거래소에서 이뤄진 최초의 비트코인·이더리움 거래에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권리를 NFT 경매에 부쳤고, 총 59이더리움에 낙찰됐다. 코빗 제공
오세진 코빗 대표(왼쪽)가 지난 4월 NFT 경매 수익금 1억6000만원을 김윤태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장에 전달하는 모습. 코빗은 2013년 한국 암호화폐거래소에서 이뤄진 최초의 비트코인·이더리움 거래에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권리를 NFT 경매에 부쳤고, 총 59이더리움에 낙찰됐다. 코빗 제공
▶트래블 룰, 과세 인프라 등 신고 수리 이후 후속 작업은.

"트래블 룰은 빗썸·코인원과의 합작법인 코드(CODE)를 통해 체계적으로 분담해 준비하고 있다. 올해 안에 구축이 완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1월 시행될 가상자산 과세는 투자자 심리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다. 이용자들 사이에서 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NXC가 투자한 해외 암호화폐거래소나 넥슨 등 관계사와 시너지를 내는 영역이 있나.

"사업을 같이 하는 것은 없지만, 스터디 차원의 교류는 활발하다. 해외 거래소는 상장 절차를 어떻게 개선하고 있는지, 이용자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유럽·미국 등의 시장 특성이 무엇이 다른지 등을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주주·이사진에 게임산업에 해박한 인사가 많은 것도 장점이다. 서버나 보안에 아낌 없이 투자할 수 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대금이 코스피·코스닥에 맞먹을 만큼 커졌다. 시장과 투자자는 성숙해지고 있나.

"아직 본격 시작도 못했다고 본다. 고액 자산가나 고래가 많이 들어와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개인보다는 법인과 기관이 진입해야 이 시장이 제대로 열린다고 할 수 있다. 몇몇 기업이 비트코인을 매입한 사례가 나왔지만 단순 운용에 불과하다. 기관의 직접 투자가 허용되는 날이 국내에서도 3~5년 안에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5년? 그게 가능할까.

"미국에서 태동한 기관의 흐름이 한국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또 그렇게 되지 못하면 가상자산 거래 시장은 게임 수준에서 멈출지 모른다."

임현우/이인혁 기자 tardis@hankyung.com